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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의 시사분석 - 베이스볼 비즈니스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야구에 빠져 있는 팬들이 자조 섞인 말을 되뇌일 때 종종 듣는 말이다. 던지고 치고 달리고 하는 운동에 무슨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는지, 1승, 1패에 사람이 죽고 못 사는 일처럼 큰 기대를 걸곤 하는 행위에 대한 힘없는 토로다. 프로 스포츠는 맘껏 즐기면 그만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꼬맹이 시절부터 야구를 보고 직접 하며 로컬 팀을 응원하면서 자란 경우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어머니와 할머니가 같은 팀을 응원하면서 컸다면 그건 단순한 공놀이를 넘어서, 스포츠를 뛰어 넘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응원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뛰어난 기량을 가진 프랜차이즈 스타를 열렬히 응원하며 올해 이루지 못한 우승을 내년에는 꼭 이루기를 기원하면서 한해 두해 보내는 것은 곧 부지불식간에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나도 모르는 사이 천천히 삶의 한 조각이 되어가고 그 파편들이 하나 둘씩 모이면 그깟 공놀이가 없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2016년 시카고 컵스는 10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다. 조선 말기 순종 임금 때 우승을 한 뒤 단 한번도 메이저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한 팀, 사랑스러운 패자 컵스다. 오랜 기간 무관에 그치며 ‘염소의 저주’라는 징크스를 낳았고 바트맨의 저주도 덤으로 얻었다. 대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이라 전국적인 인기와 명성은 있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팀의 소유주가 바뀌고 보스턴 레드삭스를 괴롭히던 ‘밤비노의 저주’를 떨쳐낸 티오 엡스틴이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시즌 100패를 하던 팀이 곧 정규시즌에서 100승을 거두는 팀으로 거듭났고 플레이오프에 나갔다. 곧이어 월드시리즈에도 진출해 1승3패를 하다 기적적으로 3연승을 거두며 기어이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당시 우승을 확정 짓던 순간이 3루스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땅볼을 잡아 미끄러지며 송구하고 1루수 앤소니 리조가 이를 포구하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선수들은 컵스를 모두 떠났다. 우승 당시 2루수였다가 유격수로 포지션을 옮긴 하비에르 바에즈와 올해 믿음직한 마무리 투수로 자리잡아 올스타전에도 출전한 크레이그 킴브렐까지 주전 선수 네 명이 모두 한꺼번에 팀을 떠났다. 올 시즌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하루 남겨두고 컵스가 팀 전력의 핵심을 모두 팔아치운 것이다.

컵스를 사랑하는 팬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다. 언뜻 이해하기도 힘든 결정이지만 그 맥락은 간단하다. 어차피 올해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든 마당에 시즌 후 재계약 대상인 선수들을 잔뜩 가지고 있어봐야 머리만 아프다. 주전 선수들 모두에게 거액의 다년 계약을 안겨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럴 바에야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팀에 보내고 젊고 유망한 선수를 받는 것이 빅리그 거래의 기본이다. 팀은 다시 리빌딩을 하면 된다. 몇년이 더 걸리겠지만.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프로 스포츠는 철저한 비즈니스다. 그깟 공놀이에 불과하지만 꼼꼼한 계산과 투자, 여기에 상응하는 결과를 기대하고 사고 팔고가 이뤄진다. 팀 전력의 절반 가량을 팔아버린 구단의 조치는 전격적이긴 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다. 다만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들이 모두 다른 팀으로 떠나 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컵스에는 당시 백업 포수였던 데이빗 로스가 감독으로 있고 윌슨 콘트라레스와 제이슨 헤이워드가 남아 있다. 그리고 다른 팀으로 떠났던 선수들이 언젠가 컵스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컵스에서 빅리그 데뷔를 했던 제구의 마법사 그렉 매덕스가 그랬던 것처럼. 엡스틴이 컵스에 우승을 가져다 줄 때 그의 오른팔이었던 제드 호이어 현 컵스 사장이 또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보고자 한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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