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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권위와 권위주의

아들과 딸을 키우면서 부모의 권위에 관해 자주 생각했다. 자녀들이 부모를 공경하도록 하려면 부모를 공경하라고 가르치기도 해야 되겠지만 무엇보다 부모가 자녀들 앞에서 권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권위 있게 행동하는 것이 자녀들에게 권위주의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권위를 유지하면서도 권위적이거나 권위주의적이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권위와 권위주의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권위란 “인정을 받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엄과 신망”을 말하고, 권위주의는 권위를 내세우는 자세를 말한다.

권위주의적인 부모는 권위적인 부모라고도 하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권위가 자녀들의 반응에 달렸다고 여긴다. 그들은 자녀들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듣는 것을 통해 자신들의 권위를 확인한다. 자녀들이 부모의 말에 순종하지 않을 때, 권위적이거나 권위주의적인 부모는 권위를 잃게 될 것 같은 불안을 느낀다. 물리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자녀들이 자신들의 뜻에 맞게 행동하도록 조종한다. 처음에는 같은 말을 반복하다가 차츰 언성을 높이고 욕을 사용하다가 결국에는 회초리를 들게 된다. 심하면 손바닥이나 주먹으로 때리기도 한다.

그러나 권위 있는 부모들은 자신들의 성품, 경험, 지식을 바탕으로 자녀들을 훈육한다. 그들은 외적인 요소들로부터 자신들의 권위를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적인 자신감과 신뢰를 가지고 자녀들을 대한다. 자녀들이 나름대로의 판단력을 가지고 부모의 뜻을 거역할 때라도 사랑과 인내로 그들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인 부모들은 한국의 유교적인 환경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낀 것을 토대로 미국에서 자녀들을 양육하보니 자녀들의 눈에 권위적 또는 권위주의적으로 비취기가 십상이다. 유교의 기본이 되는 도덕지침은 삼강오륜(三綱五倫)으로 표현되어지는 구별과 질서이다.

삼강(三綱)
군위신강(君爲臣綱): 신하는 임금을 섬기는 것이 기본이다.
부위자강(父爲子綱): 아들은 아버지를 섬기는 것이 기본이다.
부위부강(夫爲婦綱): 아내는 남편을 섬기는 것이 기본이다.

오륜(五倫)
父子有親(부자유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친함이 있어야 한다.
君臣有義(군신유의):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로움이 있어야 한다.
夫婦有別(부부유별):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구별이 있어야 한다.
長幼有序(장유유서):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가 있어야 한다.
朋友有信(붕우유신): 친구와 친구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한인부모는 삼강오륜의 가르침을 직,간접적으로 받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는 환경에 둘러쌓여 있다. 결과적으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서울 서칭(Seoul Searching)]이라는 영화를 봤다. 2015년에 발표된 것으로 생동감 있는 코메디물이었다. 1996년을 배경으로 해서. 모국체험 캠프에 동참한 한인 2세들의 경험을 그린 작품이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사는 한인 2세대 청소년들이 캠프에 참가한다. 다양한 나라에서 이민 2세 또는 입양아로 자라난 그들은 각자 다른 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는 자신들이 성장한 나라의 특성이 배어있다. 독일에서 온 클라우스는 지적이고 이성적인 모범생이다. 멕시코에서 온 써지오는 낙천적이고 여자를 좋아한다. 미국에서 온 참가자 가운데는 펑크족인 시드, 마돈나 흉내를 내는 그레이스, 군사학교를 다닌 마이크 등이 있다. 그들은 모두 한국계라는 점을 공유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적개심도 공유한다.

영화는 그들이 캠프의 안밖에서 경험하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참가자들은 캠프의 규칙을 깨고 파티를 연다. 감성적인 성격의 크리스는 미국 입양아로서 친모를 찾는다. 시드와 몇 친구들은 서울 시내로 놀러나갔다가 곤경을 겪는다. 반항심이 강한 시드는 캠프의 리더인 김 선생과 갈등관계에 놓인다. 참가자들은 여러가지 경험을 함께 나누며 한국에 대한 이해와 서로에 대한 우정과 사랑을 키워간다.

영화의 중요한 소재 중 하나는 아버지와의 갈등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청소년 대부분이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한국 아버지에 대한 나쁜 기억을 기억을 갖고 있다. 그들의 마음 속에 아버지는 극복할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태권도를 연마하는 말괄량이 수진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한국의 모든 남자들이 포학한 남성우월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주인공 시드는 김 선생과의 갈등관계 속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엿본다.

몇몇 등장인물들이 욕을 너무 많은 사용하는 것이 귀에 거슬렸다. 그러나 상당히 현실감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아들과 딸에게도 한 번 보라고 권했다. 아들은 봤는지 안 봤는지 아직까지 말이 없고, 딸은 그 영화를 보고 큰 감동을 받은 것 같다. 친구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이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권위주의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한국관 내지는 세계관을 갖게 되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해주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이민1.5세, 2세를 양육하는 부모라면 한 번 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극단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 것을 본다. 어떤 부모들은 모든 권위를 포기하고 아이들의 비위를 맞추고, 어떤 부모들은 유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아이들을 엄격하게 키운다. 권위적이거나 권위주의적이지 않으면서 권위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종환 Dallas Baptist University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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