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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하나님의 나라, 메멘토모리, 카르페디엠

김요한 목사
순복음반석위에교회
yohankim73@gmail.com

미투운동(Me Too Movement, #metoo)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2006년 여성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Tarana Burke)가 미국에서 가장 약자인 소수 여성과 아동들이 당하는 성폭력 피해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독려하고, 피해자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주기 위해 시작된 운동이었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조심스럽게 시작되었지만, 2017년 10월 헐리우드 스타들이 제작자였던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폭력을 폭로하면서 폭발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SNS에 해시태그(#metoo)되면서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고, 2018년 한국에서도 미투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주요 정치인들과 문화계,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확산되면서 한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져있다.

미투운동은 처음에는 성폭력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성차별로, 혹은 남녀 성분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남성성폭력 피해자들이 미투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처음 미투운동을 시작했던 타라나 버크는 “미투운동은 ‘우리 대 그들’의 모양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 운동은 여성만의 운동이 아니라, 성폭력에서 살아남은 모든 사람을 위한 운동이다’라고 본래의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폭력’은 대게 있는 자와 가진 자가 없는 자들을 향해 가하는 힘으로 나타나다. 없는 자가 있는 자들에게 행하는 것이 아니다. 미투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이유는, 지금까지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권력을 행사했던 그들을 향해 그들에게 주어진 권력과 힘은 연약한 자들을 괴롭히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너도’ ‘나도’ ‘우리 함께’ 분명하게 말하기 위해서다.

최근 여론에 들끓고 있는 미투운동과 그 영향력을 보면서 떠오르는 두 단어가 있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와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로마에서는 개선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그 의미는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겸손’이 그 배경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 한 구절에서 유래했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제때에 거두어 들이게. 미래에 대한 믿음은 최소한으로 해두고).

본래 의미는 ‘오늘을 즐기자’에 가깝지만, 영화 ‘죽은 시인들의 사회’(1989)에서 고(故) 로빈 윌리암스가 맡은 영어교사 John Keating의 유명한 대사였던,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 소년들이여, 삶을 비상하게 만들어라."를 거쳐 긍정적 의미를 더하게 되었다.

두 단어 모두 죽음이 전제되어 있다. 지금 누리는 부귀영화와 권력이 영원하지 않고, 인생이 영원하지 않음을 말한다. 예수님은 한 부자의 이야기를 비유로 말씀하셨다. 한 부자가 밭의 수확이 많아 곡식을 쌓아둘 곳이 없어 고민하다가 자신의 재물을 쌓아두기 위해 옛 곳간을 헐고 새로운 곳간을 더 크게 지어 먹고 마시며 즐기려고 했다. 그 때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눅 12:20)라고 말씀하셨다. 내일을 염려하며 이 땅의 곳간에 쌓아두는 것이 의미없음을 가르치셨다. 오히려 그 곳간 옆에서 오늘 필요할 양식을 구걸하는 거지 나사로를 돌보는 것이 부자의 의무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고 사랑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의 태도가 아닐까.

전도서는 시작과 끝을 같은 말씀으로 기록하고 있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 1:2; 참조 12:8). 이 말씀은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와 절대권력을 누렸던 솔로몬 왕이 자신의 인생 말미에 깨달은 고백이다. 다 누려봤지만, 세상 모든 것이 헛될 뿐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블랙홀과 같아서 채워도 채워도 늘 부족하기만 하다. 몇몇 유명한 정치인들과 경제인들, 종교인들의 마지막이 비참하게 몰락하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세상의 것들로는 만족함이 없다. 참되고 영원한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영원하신 하나님 나라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롬 14:17).

하나님 나라를 소유하게 되면 비로소 세상에서 헛된 것들을 깨닫게 된다.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면 세상 것들로 채우려 했던 헛된 일을 비로소 멈출 수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있다가 사라져버리는 헛된 것들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주님이 주시는 의와 평강과 희락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생은 반드시 끝이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영원하다. 이세상을 살면서 하나님과 동행했던 에녹처럼, 하나님 말씀대로 순종했던 모세처럼, 하나님 마음에 합했던 다윗처럼, 주의 고난에 동참했던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이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고, 장차 영원하고 완전한 하나님 나라에서 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사순절 기간을 지내고 있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깊이 묵상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하루하루가슴에 새기는 기간이다. 그 절정은 예수님의 죽음이다. 십자가는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크신 사랑에 대한 확증이다(롬 5:8). 우리는 날마다 예수님의 죽음을 기억해야 하고(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그 사랑에 대한 반응으로 오늘을 성실하게 복음으로 살아야 한다(카르페 디엠, Carpe diem). 하나님의 나라는 성실히 살아낸 ‘오늘’, ‘여기’, ‘내 안에서’, ‘겸손하게’ 누리는 하나님의 축복이다.

김요한 목사
순복음반석위에교회 담임목사
순복음세계선교회 북미총회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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