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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 문학칼럼: 미국 살이, 얼마큼의 물건이 필요하십니까

[텍사스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7 08:58

또 다시 미국내 주에서 주를 넘는 이사를 경험했다. 버린다고 버렸지만 여전히 물건들은 넘쳐났다. 일본인 미니멀리스트는 이렇게 외치라고 했다. ‘단, 샤, 리’ 물건들과 헤어지고, 쇼핑을 끊고, 정리하라. 다 비슷한 말 같은데 나는 이렇게 의연한 자세로 물건들과 이별하지 못하고 포장이사를 맡겼다. 그런데 그것이 실수였나 보다.
덴버에서 보낸 이삿짐이 도착 했을 때는, ‘아, 드디어 익숙한 물건들 속에서 편안함을 누리겠구나’ 라는 안심 섞인 감탄이 나왔다. 그러나 가구와 물건들의 상태를 보니 정겨운 마음이 뚝 그쳤다. 미국에 살면서 처음으로 우리 손이 아닌 남의 손에 포장 이사를 맡겼는데, 그 결과는 참담했다. 물건들이 든 박스가 저기 저 먼지 구덩이에 처박혀 있다 왔는지, 종이 박스를 열고 컵 하나를 그냥 선반에 놓기가 힘들 정도로 먼지가 말도 아니게 많았다. 포장 이삿짐 센터에서 얼마나 물건들을 함부로 다루고 생각 없이 포장 했는지를 말해주는 또 다른 예는 액자를 쌀 때 제대로 된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아 포장을 벗겨내니 테이프가 나무 액자의 뒷면이 함께 뜯어냈다. 가구 여기 저기에 난 흠집들은 물론이며 프린터까지 위 아래를 고려하지 않아 엎어 놓은 바람에 잉크가 다 바닥에 새 버렸다. 샌 것은 잉크 뿐만 아니요, 한국에서 사 왔던 유기농 들기름도 새 버렸다. 에구구. 그렇게 애지중지했던 들기름이건만 이제는 몹쓸 향내만 남기고 말았다.
이삿짐 센터 사람들에게 이 모든 물건들은 그저 ‘물건’이다. 그들은 이 물건들에게 아무런 애착이 없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 빨리 빨리 박스에 ‘부서지지 않게’ 넣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들과 달리 나는 이 물건들을 사고 관리하고 내 집의 한 공간에 자리까지 내어 주었기에 어쩔 수 없이 애정이 생겨 버렸다. 그런데 그 물건들이 포장 이삿짐 센터에 갔다 오더니 뭔가가 바뀌어 있었다. 마치 애정이 식은 애인같이 말이다. 나는 애정이 남아 있는데, 애정이 식고 차가워진 먼지를 뒤집어쓴 물건을 보니 나 역시 그 애정의 끈을 툭 놓아 버리게 되었다. 이사온 집에서도 또 버리기 작업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했다.
만약 당신이 미국 내에서 포장 이사 센터에 짐을 맡긴다면 아래의 조언들을 참조하시라. 처절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며, 한 개인의 경험이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것을 주지 하시길.

<미국에서 포장 이사 할 때 주의점>

이삿짐 센터 사람들이 당신의 집에 물건을 포장하러 왔다면, 정말로 ‘까다롭다’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꼼꼼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줘야 합니다. 이 사람들은 짐을 싸 주기만 할 뿐, 그 이후에 당신을 만날 일이 없기에, 정말로 대충, 마구마구 박스에 넣습니다. 예컨대 서랍장에 물건들이 있다면 그 물건들을 그냥 종이에 싸서 박스에 넣어 버립니다. 새 집에 도착해서 그 서랍에 다시 그 물건들이 제자리에 마술처럼 들어가리라는 상상은 꿈도 꾸지 마세요. 막상 당신이 이주지에 도착해서 해야 할 일은 그저 헤벌레, 마구 엉클어트려 놓은 ‘잡동사니’가 된, 먼지로 뒤집어 씐 길 잃은 고아 같은 물건들입니다. 만약 이를 원치 않는다면 포장이사 라는 말을 믿지 마시고, 서랍의 물건들은 먼저 싸 놓으시거나 봉지에 담아 몇 번 째 서랍 이라는 표시를 꼭 해 주세요.

먼지 먼지 먼지: 저는 먼지와의 싸움을 이토록 많이 해 본 적이 없네요. 이주지에 도착해서 받은 물건들은 먼지 옷을 입고 나타나서, 그 전에 제가 애지중지했던 마음조차 툭 떨어지게 만듭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박스에 물건을 쌀 때 새로운 방법들을 강구해 봐야 합니다. 천으로 먼지가 들어가는 부분을 막는 것도 방법 같네요.

가구에 긁힘 방지를 위해서 정말로 가구의 위 아래 옆을 제대로 천으로 잘 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저희의 경우, 분명히 그 사람들은 ‘아, 걱정 마세요! 이거 우리 회사가 소유한 창고에 들어가기 전에 한번 더 쌉니다.’ 라고 장담을 했지만 그것은 그저 허울좋은 말 뿐이었습니다. 꼼꼼하고 정확하게 따지고 기록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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