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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교수의 이민자의 자녀양육 35: 기독교인과 술

수년전 언젠가 아들이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얼굴이 불그스름하고 기분이 살짝 들떠 있는 듯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이 불쑥 치밀었다. 그러나 감정을 가다듬고 “어떻게 된 일이냐”고 조용하게 물었다. 예배 후에 교회 친구들과 식사를 했는데 그 친구들이 권하길래 받아 마셨단다.

두 가지 사실로 인해 놀라고 실망했다. 첫째는 우리 아들이 술을 마셨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교회 친구들이 술을 권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내외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도 당연히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런데 술을 마시지 말도록 가르치리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교회 때문에 아들이 술을 마시게 되었다니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한국교회가 술에 대해 그렇게 관대하더니 드디어 그 영향이 우리 집까지 미친 것이다. 한국사회에 술 마시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기 때문에 교회들이 술에 대해 관대해졌다고 본다. 술 마시지 말라고 가르치면 듣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을테니까. 한술 더 떠서, 기독교인들이 술을 건전하게 받아들이고 건전한 술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어떤 목사들과 교회의 지도자들도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미국에도 술을 마시는 기독교인들이 꽤 있지만 한국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남침례교 출판사 라이프웨이가 2017년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개신교인의 41%가 술을 마신다. 그것은 2007년에 비해 2% 늘어난 수치이다. 침례교인들 중 술을 마시는 사람은 33%로 집계됐다.



물론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죄는 아니지만, 교회라면 교인들이 술을 마시지 말도록 가르쳐야 하고 기독교인이라면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성경의 가르침이 술을 권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들이 술을 마시고 온 그날 당장은 기독교인의 금주에 관해 이야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 일단 그냥 넘어갔다. 다음 날 아들과 술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잠언 23:29-35은 술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재앙이 뉘게 있느뇨 근심이 뉘게 있느뇨 분쟁이 뉘게 있느뇨 원망이 뉘게 있느뇨 까닭 없는 창상이 뉘게 있느뇨 붉은 눈이 뉘게 있느뇨 술에 잠긴 자에게 있고 혼합한 술을 구하러 다니는 자에게 있느니라 포도주는 붉고 잔에서 번쩍이며 순하게 내려가나니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 이것이 마침내 뱀 같이 물 것이요 독사 같이 쏠 것이며 또 네 눈에는 괴이한 것이 보일 것이요 네 마음은 망령된 것을 발할 것이며 너는 바다 가운데 누운 자 같을 것이요 돛대 위에 누운 자 같을 것이며 네가 스스로 말하기를 사람이 나를 때려도 나는 아프지 아니하고 나를 상하게 하여도 내게 감각이 없도다 내가 언제나 깰까 다시 술을 찾겠다 하리라.”

여기서 솔로몬은 술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라고 명령하고 있다. 그런데 술 마시는 사람들은 예수님도 혼인잔치에서 포도주를 만드셨다(요한복음 2:1-10)는 것과 바울은 술 취하지 말라(에베소서 5:18)고 했지 술 마시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다는 것만 강조한다. 아, 또 한가지, 바울이 디모데에게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비위와 자주 나는 병을 인하여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디모데전서 5:23)고 권한 것도 언급한다.

혼인잔치에서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풍습이었던 시대에 예수님이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것은 예수님의 초자연적인 능력 그리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드러내기 위함이었지 술을 권장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바울이 디모데에게 술을 권한 것은 약으로 사용하라고 한 것이지 기분전환을 위해 마시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술 취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흔히 말하는 것처럼 “필림이 끈긴다”는 말인가? 인사불성만 되지 않으면 취한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 한국 도로교통공단에 의하면, “운전이 금지되는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며...일반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 0.05%는...보통의 성인 남자가 소주 2잔 반(맥주 2캔, 양주 2잔, 포도주 2잔)을 마신 후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상황에 해당한다.” 우리는 기독교인들로서 최소한 교통법규보다는 높은 기준에 따라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마약은 개인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로 인해 규제한다. 개인적으로는 뇌세포가 파괴되고, 몸의 기능이 약해지고, 올바른 정서를 갖지 못하게 되고, 경제적인 문제를 겪게 된다. 사회적으로는 가족, 친구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원활한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고 주변분위기를 악화시키게 된다. 결국 마약은 사용자로 하여금 인생의 낙오자가 되게 하기 때문에 규제해야만 하고 규제하고 있다.

문제는 술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마약 때문에 생기는 문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술이 마약보다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술로 인한 문제가 마약으로 인한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술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돈을 낭비하고, 사고를 저지르고, 몸을 상하고, 가정파탄을 겪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죽기까지 한다. 마약을 규제하고 단속하듯 술도 규제하고 단속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구약시대 하나님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구분된 사람을 가리켜 나실인이라고 했고, 나실인은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회막에서 사역하는 제사장 역시 술을 마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신약시대 기독교인들은 모두 나실인이고 제사장이다. 하나님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게 하기 위해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기 때문이다(베드로전서 2:9). 나실인과 제사장의로서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려면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아들이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며 술을 마시지 않기를 바란다. 본인만 마시지 않을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금주를 권하는 아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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