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요한 목사의 목회칼럼: 풀을 뽑다 하나님 나라를 생각하다

달라스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졌던 생각은 ‘덥다’와 ‘잔디가 참 많다’는 것이었다. 입국심사의 긴장을 뒤로 하고 공항을 빠져 나오는데, 코와 입, 그리고 모든 땀구멍을 틀어막는 ‘헉’하는 뜨끈한 공기가 전해졌다. ‘여기가 미국이구나! 아니 달라스구나!’ 숙소를 가는 길목에서 도로며 건물 주변에 가득했던 잔디가 참 인상적이었다. 잘 정돈된 느낌. 한국에서는 신경써서 찾아보기 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잔디밭들이 여기저기 가득했다.

처음 볼 때는 미국의 전원생활(?)이 상당히 운치있게 느껴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이 얼마나 이상적인 생각인지 깨달았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은 결코 그냥 누리는 것이 아니었다. 교회건물 주변에 있던 얼마되지 않는 풀밭을 관리하는 일 조차 쉽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풀이 길면 시(City)에서 풀을 깎으라는 경고장이 날라왔다. 어떤 날은 긴 풀 숲 사이에 팻말을 꽂아놓고 가기도 했다. 40일동안 비가 오지 않으면 파랗던 밭이 누렇게 변해버렸다. 시간이 좀더 흘러 집을 구입한 후로는 운치있는 전원생활이 아니라 아예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교회와 집 주변에 있는 잔디밭을 관리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이 하나 더 생겼다.

아파트에 살 때는 교회 주변의 작은 풀밭만 관리하면 끝이었지만, 하우스 생활이 시작되면서 잔디관리는 꽤나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었다. 형편이 좀 여유로우면 잔디깎는 사람들에게 맡기면 될 일이지만, 빡빡한 이민생활에 그 비용마저 부담스러웠다. 마음을 굳게 먹고 석 달치 잔디관리비용을 모아 잔디 깎는 기계를 하나 샀다. 그리고 지금까지 2주에 한번씩 잔디를 깎고 있다. 물론 겨울에는 휴무다. 그런데 달라스의 겨울은 짧고 여름이 긴 것은 이미 빠져버린 함정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이 있지만, 잔디를 관리하는 일을 즐기기엔 달라스의 여름은 너무 뜨겁고 길다. 아무리 면적이 적은 잔디밭이라도 한 두시간 잔디를 깍고 나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잔디를 깍으며 설교를 듣기도 하고 찬양을 듣기도 한다. 그래서 잔디를 깎고 나면 성령충만해 지는 느낌이 든다. 어떤 날은 과도한 임재(?)로 팔이 부들부들 떨리기도 한다.



잔디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한번 깎았다고 끝나지 않는다. 풀은 금새 자라고, 잔디 사이사이 내가 심지 않은 이름도 모르는 잡풀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물을 주지 않으면 금새 누렇게 죽어가고, 벌레가 생기면 뿌리부터 죽어간다. 길게 자란 잔디는 깎아줘야 하고, 건강하고 탄력있는 잔디를 위해 정기적으로 비료를 뿌려줘야 하고, 끊임없이 생겨나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약을 뿌려야 한다. 물론 벌레약도 뿌려야 한다.
잡초는 잔디와 달리 생명력이 강하다. 잔디는 물을 주지 않고 벌레가 생기면 금새 죽어버리지만, 잡초는 물 한방울만 있어도 어디서든 살아난다. 좋은 땅이 아니어도 뿌리를 내리고 흙이 거의 없는 콘크리트 틈새에서도 뿌리를 내린다. 심지어 돌담벼락 틈새에서도 잘 자란다. 달라스의 뜨거운 태양아래 타죽을 법도 한데, 죽지도 않고 기어이 살아남아 여름을 넘긴다.

깨끗한 잔디밭에 잡초가 생기면 금새 티가 난다. 눈에 보일 때 얼른 제거해 줘야 한다. 잠시 방심하면 여기저기 잡초들이 일어나 무성해 진다. 그냥 내버려 두면 잔디밭인지 잡초밭인지 모를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 나중에는 밭을 갈아엎고 새 잔디를 심어줘야 한다.

잔디를 깎고 난 후, 또 생겨나는 잡초들을 보며 내 마음의 정원을 생각한다. 하나님 나라는 이미 우리 마음 속에 임했는데, 나는 하나님 나라 정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뽑아도 뽑아도 계속 올라오는 잡초들이 마치 나의 죄성을 생각나게 한다. 하나님의 은혜로 충만한 시간을 보내도 자신의 마음 밭을 관리하지 않으면 다시 세상의 죄와 같은 잡초들이 생겨난다. 내 마음 속 하나님 나라 정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한번 예수 믿고 끝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가 내 안에 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상 속 어딘가를 오가며 잡초들이 묻어온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욕심과 쾌락이, 그리고 게으름과 불순종이 하나님 나라 정원을 어지럽힌다. 매일 같이 자신을 깎고 죽이는 회개가 필요하고, 말씀의 비료로 영양을 공급해야 하고, 기도의 물을 뿌려주어야 한다.

한번은 잔디를 관리하는 분과 이야기하다가 중요한 팁을 들었다. 물만 제때 충분히 공급해주면 잔디가 죽는 일은 거의 없다고. 잔디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으면 잡초가 쉽게 생기지 않는다고. 우리 마음 밭도 마찬가지 아닐까? 말씀과 기도로 무장한다면 세상의 잡초들이 들어와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말씀과 기도는 신앙생활에 기본이다. 기본만 잘해도 웬만한 세상 잡초들은 넉넉히 이길 수 있다.

한편으로, 잡초의 생명력에서 한 수 배운다. 분명 잔디밭에 해로운 잡풀들이지만, 어디서든 어떤 환경에서든 생명을 이어가는 것은 배울만 하다. 하던 일이 조금만 힘들어지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믿음이 곤두박질 치곤 한다. 그럴 때는 잡초와 같은 생명력으로 버텨야 한다. 수 십일 동안 비가 오지 않아도, 흙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공간에서도, 햇볕조차 비추지 않는 그늘에서도 잡초는 꿋꿋하게 살아남는다. 주변의 모든 잔디가 죽어가도 잡초는 결코 죽는 법이 없다. 우리의 믿음의 성질이 잡초와 같았으면 좋겠다.

우리 안에 이미 하나님의 나라가 임했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며 살고 있다. 그 하나님 나라는 우리가 관리해야 할 밭이 있다. 그 밭이 아름답고 풍성한 잔디밭인지, 아니면 어지러운 잡초밭인지 살펴야 한다. 잔디에는 말씀의 영양분과 기도의 물을 주어 자라게 하고, 잡초들은 생겨나는 즉시 뽑아버려야 한다. 눈에 보이는 족족 걸러내야 한다. 꾸준한 관리만이 아름다운 정원을 유지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마음에 임한 하나님 나라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어 보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