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종환 교수 이민자의 자녀양육 칼럼 40 – 아들이 목사가 된다면

작년에 경험했던 일이다. 어느날 밤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1분. 전날 저녁에 식당에서 아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타도시 중학교에서 음악선생으로 일하고 있는 아들이 봄방학을 맞아 집에 왔다. 딸은 타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관계로 우리 세 식구만 아들이 좋아하는 갈비집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 중에 아들에게 물었다, “너 요즘 행복하니?” 답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또 물었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니?” 아들이 기대보다 빠르게 답했다,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면 더 행복할 겁니다. 목장식구들의 기도들이 응답되면 더 행복할 겁니다. 가르치는 아이들이 잘 성장하면 더 행복할 겁니다. 그리고....”

가족의 건강에 관련된 답이 하나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세 번째 답을 들으면서 나는 이미 아들의 답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세번째 답의 의미조차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잘 성장하면 더 행복하겠다는 것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이 악기를 더 잘 다루게 되면 좋겠다는 건지, 아니면 교회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이 영적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건지.



아들의 대답에 집중을 못 하게 된 것은 아들이 답을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 너무나 감격스러웠기 때문이다. 아들의 영적인 상태에 관해 마음을 놓아도 좋을 것 같은 평안함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나는 것을 느꼈다. “너의 대답을 들으니 네가 나보다 더 목사 같구나”하고 웃으며 말했다.

집사람이 “너 그러다가 신학교 가겠다고 하겠네”하며 반응을 보였다.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럴 가능성에 대해 마음을 열어놓고 있다고 반응하는 아들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보였다.

내 아들이 신학교에 입학하겠다고 한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적극 응원할 생각이다. 그러나 손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성경의 원리에 입각한 삶을 살 각오가 아니라면 목사가 되지 말라고 할 것이다. 설교하는대로 생활하고 생활하는대로 설교할 각오가 아니라면 목사가 되지 말라고 조언할 생각이다. 목사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너무도 많은 목사들이 교회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성경적인 원리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을 본다. 교인숫자만 늘릴 수 있다면 무슨 방법이든 동원한다. 프로그램 밑바탕에 깔려있는 정신이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도입하여 적용한다. 필요에 따라 정통적인 가르침을 축소, 확대 또는 왜곡하여 자신들의 철학이나 활동을 합리화한다. 더 많은 교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교인들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신앙적인 배경이나 정체성 조차도 감춘다.

생활하는 모습과 설교의 내용이 다른 목사가 얼마나 많은가? 산상수훈을 설교하지만, 형제를 미워하는 목사들도 있고, 형제와 싸우는 목사들도 있고, 형제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목사들도 있다. 돈이나 명예에 대한 탐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목사들도 있다. 예수를 팔고 교회를 이용하여 자신의 힘과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목사들도 있다. 거짓말과 망언을 일삼는 목사들도 있다. 심지어 음욕을 품고 간음하는 목사들도 있다.

솔직히 나도 산상수훈의 가르침처럼 살 자신이 없다. 악한 세상에서 산상수훈을 따라 사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하게 보이기도 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맞서 싸운다. 맞서 싸우지 못할 때는 소극적으로라도 저항한다. 나도 목회를 한다면 다른 목사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교회를 이루고 싶고, 유명인사들이나 부자들과 어울리고 싶고, 큰 교회당을 짓고 싶고, 세상이 알아주는 일들을 하고 싶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목사가 되는 일은 여러 직업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확실한 소명의식(sense of calling)과 사명의식(sense of mission)이 있어야 한다. 소명의식은 하나님이 부르셨다는 인식을 뜻한다. 이것이 없으면 유혹이나 난관 같은 시험을 만날 때 그 길을 포기할 수 있다. 사회의 필요나 주변의 권유 또는 내가 원해서 목사가 되면 환경이나 마음의 변화에 따라 목회에 대한 자세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목회의 길로 인도하신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신념이 분명하다면 세상의 그 무엇도 목사의 삶을 흔들 수 없다.

사명의식은 주어진 임무에 관한 투철한 마음가짐이다. 목사는 목회가 자신에게 주어진 본분이라는 믿음이 확고해야 한다. 세상에는 큰 일도 많고 중요한 일도 많다. 모두가 의미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능력만 되면 여러가지 일을 하려고 한다. 또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가지 일을 시도한다. 그러나 목사는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고 가르치는 것을 통해 사람들을 섬기는 일에만 전념해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이 자신에게 맡겨주신 임무가 목회임을 확신할 때 가능하다.

목사는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성경의 가르침에 순종하겠다는 작정이 확고해야 한다. 설교와 삶이 일치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최소한 설교한 대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목사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명의식과 사명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아들이 교사직과 음악을 포기하고 목사가 되겠다며 신학교에 입학한다면 기꺼이 칭찬하고 격려할 것이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너 정말 그 길을 갈래?”하는 질문이 있을 것 같다.

아들이 목사가 되겠다고 결심을 굳힌 것도 아닌데 나는 벌써 조언할 내용을 준비하고 있으니 좀 우스웠다. 내가 잠결에 너무 앞서 가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