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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구겨진 ‘텍사스 프라이드’

지난 주 몰아친 ‘겨울 폭풍’으로 텍사스 체면이 말이 아니다. “텍사스에서는 모든 것이 크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 그 후유증도 컸다. 30년만의 한파라지만, 눈 좀 오고 수은주가 내려갔다고 며칠씩 전기와 물이 끊기고 주 전체가 마비됐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텍사스가 구 소련이냐”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주요 도시들이 미국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늘 상위권에 머무는 것에 텍산들은 ‘프라이드’를 느껴왔다. 미국 ‘에너지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텍사스의 석유, 석탄, 천연가스 매장량이 미국 최대 규모라는 사실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정전사태가 더욱 굴욕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정전사태의 원인으로 여러 요인들이 꼽힌다. 송전망을 관할하는 텍사스전력신뢰도위원회(ERCOT)에 따르면 총 46기가와트에 달하는 전력 손실량 가운데 61%가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 발전의 문제였고 나머지는 태양열과 풍력발전의 문제였다고 한다. 정치계는 각 진영의 이해타산에 맞춰 이번 사태의 원인을 화석연료나 재생에너지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정전사태의 원인이 무엇이 됐든, 자율화된 전력시장을 규제할 법적제도가 미흡했다는 점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번 일이 일찌감치 1999년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조지 W 부시 전대통령이 주지사로 있을 당시 텍사스 전기시장 자율화가 실시됐는데, 회계부정으로 유명한 에너지 회사 엔론(Enron)이 그 자율화 움직임을 주도했다. 정치인들이 에너지 업계에 휘둘려 자율화에 따른 적절한 규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시민들의 분노는 현재 극에 달했다. 전기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는가 하면, 난리통에 칸쿤으로 여행간 정치인을 ‘배신자’라며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노가 단순히 분노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구겨진 ‘텍사스 프라이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이 분노를 고스란히 투표소로 가져가야 한다. 평소 생활에 밀접한 정책에 관심을 갖고, 투표권을 사용할 때 ‘텍사스 프라이드’를 지켜줄 그나마(?) 제대로 된 정치인을 선별할 수 있을 것이다.

토니 채 | 텍사스중앙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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