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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간호사 등 전문직 제자 탄생 기대

이길식 교수 부부, 50명 흑인학생들에게 장학금 전달

길거리를 떠돌며 학업 기회마저 놓치고 가난을 대물림하게 하는 악순환은 우리사회가 치유해야 할 공동책임이다.

학원에 갈 수 없는 저소득층 흑인자녀들을 모아 무료수학교실을 운영해 온 이길식 교수 부부가 재능기부와 함께 장학금으로 희망을 선물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올해도 50명의 가난한 흑인학생들에게 인생의 무한한 가능성을 심어준 ‘인텔리 초이스’ 장학금 수여식이 늦가을 비로 쌀쌀한 달라스의 밤을 훈훈하게 달궜다.

재능기부에 이은 ‘희망천사’
이길식 교수(62·UTD 전기공학과)와 부인 이정순(UTD 수학과)교수 부부가 운영해 온 무료수학교실 인텔리초이스(Intellichoice)는 올해로 22년을 맞이했다. 지금은 내로라하는 대학교수 부부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교수도 학창시절 가난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대구의 가난한 가정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이 교수는 중 3때 담임교사 집에 의탁돼서 지내기도 했다. 대구고와 경북대를 졸업하고 1981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1987년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루이지애나 주립대를 거쳐 2001년 UTD로 옮겼다.



아내와 함께 루이지애나 주에서 1993년부터 수학 교실을 시작했다.

워싱턴 D.C.에 머물며 안식년을 맞이한 1991년 흑인어린이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에 길거리에서 배회하는 것을 보고 수학교실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텔리초이스는 수학에 개념이 없어 학업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는데 그치지 않고 장학금으로 격려하고 있다.

이 교수 부부는 지난해 이들 무료교실 학생들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40명을 골라 500달러씩 장학금을 지급했다.

올해는 지난 15일 오후 6시 파트 웨스트 옴니호텔에서 50명의 장학생들에게 500달러씩 2만 5달러의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 등록금에 보태도록 조건을 달았다.

장학금 수여식장은 달라스 한인의 자긍심이 돋보인 훈훈한 감동의 현장으로 주목받았다. 가난하다는 이유 하나로 학업을 포기하고 희망 없는 3류 인생으로 살아가야 할 처지에 놓인 이들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선사한 뜻 깊은 행사로 기록됐다.

갈랜드 고교 11학년인 Ariel Bellatin 학생은 “내 인생에 있어 이같은 장학금을 받아 보기는 처음이다. 학업을 성공리에 마치고 떳떳한 사회인으로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하게됐다”고 했다.
Saba Kahsay(Berkner High 12)양은 “인텔리초이스는 나에게 장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 교사다”며 “오늘 받은 장학금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으로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인텔리초이스 7개 캠퍼스 운영

이 교수가 운영하는 무료 수학교실 인텔리 초이스는 현재 달라스 7개 캠퍼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사우스 달라스에 있는 마틴 루터킹 도서관과 스카이 라인 도서관, 해링턴 도서관(플래노), 베트남 커뮤니티 센터(갈랜드), 에밀리 포울러 도서관(덴튼)이 저소득층 아이들의 희망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조시레인에 있는 프라미스드 랜드 페밀리 오브 페이스(캐롤턴)와 최근 루이스빌 도서관 캠퍼스도 개관했다. 지역 별로 한정된 공간에 대기자가 넘쳐 캠퍼스를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한인 대학생 등 30여명을 포함 80여명이 매주 7개 캠퍼스에서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수학을 지도해 오고 있다. 고교 이상 학생이면 누구나 자원봉사자로 참여 가능하다. 인텔리초이스는 한인들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조만간 애리조나에도 캠퍼스가 마련될 예정이다. 애리조나에서 인디언 호피 선교를 맡고 있는 차목사 부부의 요청에 따라 이곳에 인텔리초이스 캠퍼스가 오픈 준비를 마친 상태다. 현재 노던 애리조나 주립대 학생들이 자원봉사자의 주축을 이뤄 인디언의 교회를 매주 방문, 방치되고 있는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며 선교하고 있는 현장이다.

부유한 이들이 불우한 이들을 도우면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장학
금을 지급하게 됐다는 이 교수. 이 땅에 살아 숨쉬는 동안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에 동참하는 한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했다.

여건 탓하면 아무 일도 못해

이씨 부부는 평범한 대학교수다. 재력가도 아닌 그들이 자비를 출연해 가며 재능기부에 이어 장학금으로 가난한 아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빈손으로 온 세상 모은 재산 떠날 때 가져갈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이 교수는 미국 땅에서 교수로 살아가는 자신이 재산을 모아 무엇하겠냐고 반문하며 넉넉하지 않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돕는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재산가를 바라보며 나의 현재 여건을 탓하다 보면 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그가 평소 갖고 살아온 철학이다.

이 교수 부부는 한 세상 살아가면서 가난을 대물림하며 희망을 잃고 살아가야 하는 인생처럼 비참한 사람은 없을 것 이라며 달라스 한인 동포사회가 좀더 멀리 바라보는 시야를 확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형외과 의사인 장남을 비롯해 세 자녀를 보란 듯이 키워낸 이 교수 부부는 인텔리 초이스를 통해 또 다른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고 있다.

인텔리 초이스를 통해 학업에 대한 열정을 회복한 학생들이 그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간호사와 의사 등 전문직으로 배출되는 것이 목표다.


박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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