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결혼칼럼] 텍사스의 어머니와 아들, 2년 후의 재회

이런 말이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시작했지만, 그 시작이 또 하나의 역사가 된다.

많은 부모님들을 만나면서 미국 이민의 역사와 마주하고 있다. 근대화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갔는데,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느냐는 사실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한분 한분의 히스토리를 정리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고, 나는 지금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史官)과 같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텍사스주에 사는 한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2년 만이다. 어머니는 독일 파견 간호사였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규모가 큰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아들이 둘 있는데, 큰 아들 결혼이 어머니의 가장 큰 걱정이었다. 큰 아들은 미국의 명문대를 졸업한 후 지금은 어머니의 식당사업을 물려받았는데, 어머니의 설명으로는 아들은 미성년에서 성년이 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 불법체류 신분이라고 한다.



아들은 아직 결혼안한 상태였다. 그 사이 어머니는 식당을 아들 명의로 바꿨고, 160만불을 들여 아들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2년 만에 만난 어머니는 더 노쇠했고, 건강도 안좋아 보였다. 내가 보기에 가장 큰 원인은 아들이었다.

“현실이 많이 답답해도 잘 참으면서 살아왔는데, 남편 돌아가시고 아들이 많이 변했어 요.”
“어떻게요?”
“새벽까지 게임만 하고, 식당일은 뒷전이예요. 제가 몇마디 하면 알아서 한다고 퉁명 스럽게 말하고, 그래놓고 달라지지도 않고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결혼할 뜻이 없는 건 2년 전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숨이 나왔다. 부모님의 헌신으로 풍요롭게 살면서 아들은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이런 건 어떨까요? 대표님이 우리 애하고 어울릴만한 여성을 찾아서 식당에 취업을
시켜서 눈 도장을 찍게 하는 건요?”
“두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해서 정이 들게 하자는 건데, 사람 감정이 생각한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오죽 답답하면 그럴까 싶지만, 난 반대했다. 그렇게까지 할 여성도 없거니와 만남의 진정성이 훼손되면 서로 신뢰할 수 없다.

아들을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하자 어머니는 아들과 의논한다고 했다. 아들 결혼 시키려고 어머니는 그렇게 애를 쓰는데, 정작 본인은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방관하고 있다.

100만불, 200만불 들여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아들이 합법적인 신분을 갖는 것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안정적인 가정을 갖는 게 필요한데, 아들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다.

세월은 참 빠르다. 어머니가 언제까지 아들 곁에 있을 수는 없다. 아들이 당면한 현실을 인식하고, 자기 인생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어머니의 인생처럼 이민 1세대의 시대는 이렇게 저물고 있다. 나는 지금 그 역사를 기록하는 중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