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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국 동성애자, 미국 동성애자

허종욱 워싱턴침례대 교수, 사회학박사

30여년전 뉴욕주립대 P캠퍼스에서 가르칠 때 대학원생 아파트에서 기숙한 적이 있었다. 아파트 바로 옆 건물에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 사무실들이 들어있었다. 한 사무실 문에 LGBT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당시 이 영어 4글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사무실에 들어가 한 학생에게 물으니 동성애자(레스비안과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트랜스젠더) 등 당시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성 소수자들과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학생들의 동아리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학생들의 캠퍼스 활동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 대학가라고 하지만 당시 나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LGBT를 포함, 모든 동아리의 활동비를 등록금 가운데 포함된 학생 활동비에서 지출된다는 사실은 더욱 나를 놀라게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미국 대부분의 대학에 LGBT동아리가 있을 뿐 아니라 몇몇 대학은 이와 관련된 전공과 강의과목까지 설정하고 있다.

이 대학에서 몇몇 기독교 교수와 학생들이 매주 수요일 저녁에 성경공부와 신앙토론 모임을 가졌다. 학생들은 이 모임을 기독학생 동아리로 학교당국에 신청, 장소와 비용을 학생회비에서 지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종교와 정부의 분리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거부당하고 말았다. LGBT 활동비는 교비로 지불되면서 기독학생 활동비는 지불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 대학에서는 성경과 기독교 관련 학문을 가르치지 않는다.

이제 미국의 동성애 문제는 14개주가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수준을 지나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연방정부지원 수준까지 올라왔으며 이를 미연방대법원이 확인해 주는 사법절차를 밟았다. 따라서 동성 결혼자들은 이성 결혼자와 똑같은 사회적인 지위뿐 아니라 결혼한 부부로서의 법적인 지위까지 획득하게 되었다.



2000년 내가 한국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할 때 만해도 한국대학가에서 동성애 행위에 관련된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데 조심스러웠다. 그러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동성애자들이 이른바 ‘커밍아웃’을 시작하면서 이 물결이 대학 캠퍼스에까지 밀려왔다. 일부 대학생들은 동성애에 대해 공개토론을 여는가 하면 몇몇 대학신문에 그들 모임에 대한 광고가 게재됐다.

2000년 9월 ‘무지게 2000’이라는 이름으로 동성애자들이 집단 퍼포먼스를 서울 몇몇 대학가에서 처음으로 벌였을 때는 사회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 모임의 이름이 ‘퀴어문화축제’로 바뀌고 2001년 9월 ‘한 걸음만 나와바, 놀자!’라는 슬러건을 걸고 서울 H대 캠퍼스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펼친 퍼레이드와 퍼포먼스는 대학생들 사이에는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큰 자극을 던졌다. 16회를 맞는 금년 퀴어문화축제는 오는 6월 9일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릴 계획이다. 퀴어문화축제는 크게 동성애를 위한 퍼레이드, 퍼포먼스, 영화제, 파티, 토론회 등의 행사들로 이루어진다. 동성애자들의 축제는 대학캠퍼스와 시가지를 넘어 서울시 광장에까지 확장하게 되었다.

한국 교회 연합기관과 단체들의 모임인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총재 김삼환 목사)는 서울시를 음란의 도시로 만들며 조례상 사용목적에 위배되는 서울시청앞 광장의 장소 사용 승인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동성애·동성혼은 하나님이 진노하시는 범죄 행위이며, 하나님이 정하신 창조적 질서와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 행위라고 역설했다. 서울시는 공공기관으로 기독교 신앙문제를 떠나서 한국의 전통문화의 보존과 사회윤리질서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기독교 교계가 연합하여 서울시의 장소 승인을 막아야 할 ‘역사적인 사명’을 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독교는 동성애 행위를 묵인 내지 지원하는 잘못나가는 일부 미국기독교 교단의 행위를 닮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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