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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교수의 '상한 마음의 치유']일 중독(workaholic)

박상섭 / 버지니아워싱턴대 상담학 교수
박상섭 / 버지니아워싱턴대 상담학 교수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7/19 10:30

어느 초등학생의 불만에 찬 고백이다. “우리 아빠는 회사와 결혼 했나 봐요! 아빠 얼굴을 전혀 볼 수 없고, 쉬는 날도 회사 일로 바빠서 지금까지 가족하고 놀러 간 적도 한 번도 없어요. 언젠가 만난 아빠는 굉장히 피곤해하셨고, 그때도 회사에 간다고 나가셨어요. 우리 아빠는 회사와 결혼 했나 봐요.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는 일 중독자래요.”

일 중독은 ‘계속해서 일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한 상태’이다. 이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한 오츠(Oates)는 알코올 중독과 같은 중독임을 명확히 제시하고, 일과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강박적으로 일에 몰두하는 현상이라 정의한다.

‘일 중독자’인 목회자를 소개한다. 필자와 함께 신대원을 졸업하고 서울 근교에 개척한 목회자는 그야말로 일 중독자였다. 그는 복음전파를 사명으로 하는 자신은 주신 사명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뿐이지 결코 일 중독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였다. 오히려 그렇지 못한 나 자신이 마치 복음 사역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목회자로 비치게 되었다.

그는 개척과 동시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도에 힘썼다. 잠도 교회에서 자고, 그의 하루는 식사시간만 제외하고는 교회와 전도였다. 그의 아내인 사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과 교회는 점점 부흥하게 되었고 그 부부는 더욱 교회와 전도사역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하나님이 최초로 세워주신 가정이다.

교회는 점점 부흥하였지만, 그 가정은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부부는 복음 전파를 위해 소위 ‘밥만 먹으면’ 교회에서 기도하고 전도하였기에, 가정은 교회 성도들이 담당하게 되었다. 집 청소는 물론이고 자녀까지 돌보게 되었다. 자녀에게 부모는 어떻게 비칠까? 아마도 하나님께 충성스러운 종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자녀에게는 그저 일하는 부모로 비치게 되며,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은 경험하지 못한채 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와의 애착의 문제로 자녀에게는 정서적, 심리적으로 깊은 상처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면, 가정을 위해 하나님의 사명을 포기하란 말인가? 아니다. 사면을 받은 목회자로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주신 가정에도 소홀히 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일 중독의 원인은 프로이트의 심리성적 발달의 측면에서 ‘항문기의 강박적인 성향의 근간’과 에릭슨의 심리사회발달이론에서 “수치심과 죄책감, 열등감, 낮은 자아정체성, 친밀감의 결여 등의 발달 어려움을 보이는 것”이다. 민주적인 가정보다 전제적이며 엄격하며 체벌이 심한 가정”에서 높게 나타나며, 양육 대상에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일로 충족시키려는 ‘애착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들은 자기조절 능력이 불가능하고 인격적으로 미숙하며, 자기중심적 성향을 띈다. 따라서 일 중독 가정도 ‘분명한 역기능 가정’이며, 이 가정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성인 아이’이다.

필자가 소개한 목회자의 가정도 예외 없이 자녀에게 문제가 발생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같은 학급의 친구들에게 오랫동안 소위 집단따돌림인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 급기야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부모 상담요청을 받았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전문상담가와 ‘가족치료’를 받았다. 부모인 자신과 자녀의 문제(신뢰의 애착 문제, 수치심과 죄책감, 열등감, 낮은 자아정체성, 친밀감의 결여)에 대한 자기 자신을 통찰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로 가정이 많이 회복되었다. 지금은 교회와 가정이 건강하고 균형 있는 모습을 보이며, 성도와 자녀가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쁨의 삶을 누리고 있다고 고백한다.

성령의 9가지 열매의 ‘절제’의 의미 -너무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절제’하는 것도 성경의 가르침이며 삶의 지혜가 아닐까?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 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 (갈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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