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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마음의 치유]"이건 현실이 아니야!" 심리적 방어 '부정'

박상섭 / 버지니아워싱턴대 상담학 교수
박상섭 / 버지니아워싱턴대 상담학 교수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6/20 14:46

우리는 삶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의 평정을 깨뜨리는 여러 가지 심리적 압박을 경험한다.

불안과 분노, 적개심, 우울감, 상실감, 죄책감 등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압박을 원하지 않는다.

이때 자아가 위협(스트레스 요인, 개인의 갈등적 사고, 정서 불안)을 받는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을 왜곡한다. 무의식 영역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다양하게 사용해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방어기제는 본능적 충동과 초자아의 명령, 외부의 요구가 자아와 갈등을 빚을 때 갈등을 해소시키고, 내적인 평형상태를 얻기 위해 작용한다. 이 방어기제가 없으면 우리는 사람이나 상황들로 인하여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방어기제는 일반적으로 부정, 억압, 합리화, 투사, 승화, 반동형성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오늘은 방어기제 “부정(Denial)”에 대하여 살펴보자.

부정은 자신이 처한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의식적으로 참을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이 의식화된다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어떤 생각이나 욕구, 충동 등 현실적 존재를 인정하지 않거나 회피하고 거절함으로 자아를 보호하는 방어기제다.

즉, 자신의 마음속에 어떠한 사실로 인해 심한 상처를 받았을 때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며 그것을 없었던 것으로 치부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 진단이 내려졌는데도 아무렇지 않다고 믿으면서 병원에 가기를 거부하는 환자, 전쟁의 공포를 없애기 위해 전쟁의 비참함에 눈을 감아 버리는 등 위협적인 현실에 눈을 감아 버림으로써 불안을 방어해 보려는 수단이다.

사람들은 불안을 일으키는 현실을 실제로 받아들이기를 거절한다. 부정은 억압과 대칭되는 방어기제다. 억압은 내부적이고 부정은 외부적이다. 억압과 함께 가장 원시적인 질 낮은 메커니즘으로 주로 어린이나 심한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고 알려진다.

필자의 지인 사례를 소개한다. 지인은 3살 때 부모가 이혼한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한 성인아이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어머니가 들어왔다. 조부모는 교육을 위해 어린 시절 새어머니에게 보냈으나 조부모와 함께 하는 것만 못했다. 결국 사춘기부터 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그의 모든 것은 조부모였다.

특히 할아버지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할아버지의 지나친 보호는 그를 유약하고 의존성이 강하게 만든 주원인이기도 했다. 그에게도 이혼 가정의 성인 아이의 특징인 열등감, 죄책감, 낮은 자존감 등이 나타났다. 이런 요소들이 학창 생활을 어렵고 힘들게 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조차도 그는 어떤 목적도 없는 허망한 삶이었다.

지인의 이렇게 된 모든 배경에는 거의 할아버지의 영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아버지는 늘 지인을 “엄마 없는 아이, 엄마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한 불쌍한 아이”로 생각하시고 힘을 다해 보살펴 주셨다.

세월이 흘렀다. 연로하신 할아버지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게 된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그야말로 지인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지인은 할아버지께서 없는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지인의 통곡으로 장례식장은 그야말로 장례 순서를 진행할 수 없을 만큼 애통함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함께 한 모든사람들의 마음을 한껏 울렸다.

지인은 장례 모든 일정을 마친 뒤에 자신을 사랑해 주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자체를 부정하며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께서 평소 사용하던 유품(옷, 지갑 등)도 그 누구라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할아버지의 사용하시던 방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잠시 여행을 가셨고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신다고….

사례에서 보듯이 지인은 자신이 처한 고통스러운 상황, 자신을 사랑해 주던 할아버지의 죽음이 의식화된다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자신의 현실을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며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고 거절함으로 자신의 자아가 할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야기된 분리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부정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했다.

지인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을 인정해 주고 사랑해주는 할아버지를 닮은 하나님을 믿는 신실한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함으로 할아버지와의 분리불안으로부터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믿음의 배우자를 통해 하나님을 만남으로 자신을 깨닫고 자존감을 회복했다.

인간이 어떤 방어기제를 쓰는가에 따라 심리적 유연성과 성숙도를 알 수 있다. 정신적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자신과의 관계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방어기제가 주로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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