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한인들도 온라인 결혼식

윤중섭 임혜진, 영상 결혼식
역경 속에 핀 사랑꽃, 더 아름다워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

랩탑 모니터에 모인 가족과 신랑신부. 윗줄 왼쪽부터 신랑 부모님과 형, 신부 부모님, 신랑 누나 가족. 아랫줄 왼쪽부터 신부 오빠 가족, 신랑과 신부

어려움을 이기는 가장 큰 힘은 사랑이라는 것이 또 다시 증명됐다.
지난 3월 28일 영상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부부가 된 윤중섭군과 임혜진양이 그 주인공이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인 코비드-19은 1년여간 공들여 준비해 온 이들의 결혼식도 위협했다.

같은 처지에 처한 많은 커플들이 눈물을 머금고 예식을 연기하기도 하는데, 두 사람과 양가 가족들은 역경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쪽을 택했다.
신부 임혜진양이 루이지애나 주의 수도인 바튼 루지에서 1년차 레지던트 과정을 밟으며 혼자 지내고 있는 상황도 영상결혼식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신부의 아버지 임헌묵 목사(라이프교회 담임)는 “보통의 결혼식에서 코로나 비상 사태 때문에 가족 결혼식으로 변경했다가,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아서 영상결혼식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딸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들의 여행을 자제했다. 부득이 한 경우 2주 간의 자가격리가 요구됐고, 혹시라도 코비드-19에 감염됐을 시 완치 후에도 2주 격리라는 방침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결혼식을 위해 3년을 채워야 하는 레지던트 과정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는 뜻이다. 뉴욕을 비롯한 동부의 상황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면서 이러다가는 주 경계를 넘는 것도 제한될 수 있겠다는 위기감에 예비사위와 의견을 모으게 됐다고 한다.

윤중섭군은 윤병남 목사(풍성한교회 담임)의 차남이다. 임 목사는 영상결혼식 아이디어를 현재 거의 모든 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영상예배에서 얻었다고 한다. 신랑과 신부는 루이지애나의 아파트, 주례 목사님과 양가 부모님은 메릴랜드 자택, 형제 자매도 각자의 집에서 영상을 통해 새롭게 부부가 된 젊은이들을 축하했다. 준비했던 웨딩 드레스도,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교회도, 맘껏 축복해 줄 하객도 없었지만 양복과 수수한 원피스를 입고 부부로서 첫 춤을 추는 신랑 신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여 가족들을 기쁘게 했다.

양가 부모는 “아들의 늠름한 모습을 보는 것과 사랑스러운 딸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것을 고대 했는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형식을 떠나 건강하게 성장한 두 자녀가 하나님의 인도 속에서 무사히 부부의 연을 맺은 것과 멀리 떨어져서라도 가족과 친지가 새 가정의 탄생을 지켜보며 축복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래 예식을 치르기로 했던 교회에서는 바로 환불을 해줬고, 리셉션을 예약한 호텔에서는 언제든지 날짜를 다시 잡을 수 있도록 편의를 약속해줘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 초대 받았던 하객들은 두 사람의 영상결혼식 소식에 아낌 없는 축하를 보냈다.


김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