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기자노트]혼돈의 추수감사절

절대다수의 사람들에게 2020년은 최악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바이러스로 시작해서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해 실행한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까지 여전히 진행형 악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경찰 가혹 행위 논란과 정당한 분노의 표출이라고 해도 폭력이 수반되는 순간 명분이 반감된다는 의견이 맞서며 할퀴어 놓은 민심을 달래기도 전에 부정 선거 논란으로 미국은 갈기갈기 찢어져 버렸다.
터널은 언젠가 끝이 날 것이고, 비구름도 지나간다며 위로해봐도, 지금으로선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은 텅 빈 속삭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진짜 경제적 위기는 연방 지원금이 끝나는 내년 초부터 시작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애초에 팬데믹 비상사태 이후 모든 상황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설’을 선택하며 최선의 결과를 ‘소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집단 패닉을 막기 위한 정치 인사들의 ‘정책’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도태된다. 경기부양책, 사업 지원금, 렌트비 구제, 보조금, 생필품 무료 배급 등은 절단된 팔, 다리에 반창고 붙이기다. 수십 년 전 어디가 아프건 상관없이 무조건 바르고 보던 만병통치 빨간약 수준이다.
구제 정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구제’가 필요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 빠진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구제’와 더불어 ‘자구책’이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면 영영 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이 자구책을 논하지 않는 것은 ‘구제’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지원금으로 풀린 돈은 언젠가 다시 우리 주머니에서 나가야 한다. 내 주머니가 비어 정부에서 ‘공짜인 척’ 주는 것에 익숙해지면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와 의지를 담보로 맡긴 채 끌려다니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모두가 어렵지만, 모두의 은행 잔고가 바닥을 친 것은 아니다.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어떤 사업주에겐 어쩌면 더 나은 인력을 찾아 고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임시 휴직 상태지만 실업수당으로 버티며 뭔가 하나라도 더 배우고 기술을 익혔다면 전보다 좋은 직장에 취직이 가능할 수도 있다.
온라인 수업이라는 급작스러운 환경 때문에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낙제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소수의 학생들은 크게 타격받지 않고 적응했다. 코비드-19이라는 호랑이에게 물렸지만 ‘정신줄’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화위복은 복불복이 아니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종교의 자유를 찾아 나선 필그림이 메사추세츠에 도착해 혹독한 겨울을 나는 동안 원래 항해를 시작했던 102명 중 절반가량이 유명을 달리했다고 역사는 쓰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 이 종족의 도움을 받아 수확한 첫 열매를 나누며 감사드렸다는 첫 추수감사절은 우리가 막연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울컥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인터넷 혁명 이후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추수감사절의 모습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만찬은 주문할 수 있고, 저녁을 먹고 나면 모두 쇼핑을 하러 간다.
일 년 중 전자 기기가 가장 싸다는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온라인 쇼핑이 유행한 것과 맞물려 올해는 쇼핑 공간 및 시간을 둘러싼 규제 때문에 벌써 ‘미리 블랙 프라이데이’가 판을 치고 있다.
보건 관계자 및 정부에서는 바이러스 전파하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당부하고 있다. 다른 주에 사는 가족과는 화상 만찬으로 만족해야 할 지경이다.

우리는 모두 쉽게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혼돈의 시간을 뚫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가늠해봐야 한다. 지금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김은정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