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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팬데믹 블루

3월 팬데믹 선포 이후 이전에 몰랐던 패턴으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고 있다.
사람의 신경은 예민한 시스템이고, 긴장 상태가 오래 유지될 수도 없을뿐더러 오래 유지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 상황에 내몰려야 한다면 심각한 피해가 초래되기도 한다.

정신적 긴장의 완화는 인간의 신체에 내재된 자연스러운 방어기제다.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뜻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자연스러운 오르내림의 싸이클이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그리고 그 ‘다름'이 종종 분쟁과 갈등의 시초가 되기도 한다.
나는 ‘다운’인데 너 혼자 ‘업’이라는 작고 하찮은 서운함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어떤 열매가 맺힐지는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태에서 9달을 같이 있었어도 나는 나고 너는 너다.

한국 사람은 유독 ‘우리'라는 소속감이 확인될 때 안정을 느낀다. 그 소속감을 유지하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둔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좋은 쪽으로는 연대감이지만 나쁜 쪽으로는 ‘군중 심리'에 지나지 않는다.


팀웍이나 연대감을 통한 성취는 성장의 동력이 되지만, 군중 심리는 혼자만의 손해를 피하기 위한 집단행동이다. 지금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컴퓨터가 없던 시절 동네 꼬맹이들은 손에 손잡고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를 외치는 놀이로 시간을 보내며 골목을 누볐다. 고작 한 판의 ‘가위/바위/보’로 내 편이 네 편이 되거나 그 반대가 되기도 했다.

‘어른'이 주체가 되는 ‘사회'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소속감이라는 것은 구성원의 성향과 역량에 따라 한없이 클 수도 더할 나위 없이 작을 수도 있다.
팬데믹이라는 상상치 못했던 명제 앞에서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처에 대한 가닥을 잡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활동의 제약, 온라인 수업이나 직장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고립감과 우울증, 경제적 위기와 무기력, 대선을 둘러싼 사회적 불안과 불만, 백신이나 비상사태 종식과 관련된 수많은 변수와 그 알 수 없음에 대한 피로감과 공포, 가족이나 지인들 사이에 불거지기 시작하는 오해와 반목 등 사람들의 진을 빼는 요소가 많아도 너무 많다.
하루를 지나면서 자기 내면에서든 타인과의 관계에서든 충돌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어제 충돌을 해결하기도 전에 오늘은 또 다른 이슈가 터진다.
마치 무작위로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갇힌 채 숨 쉴 틈도 없이 상하좌우 마구잡이로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서 신경이 남아나거나 정신이 온전할 새가 없다.

미안하지만 이런 총체적인 난국을 한 방에 타개할 ‘신의 한 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현명하게 계획하고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해야 낭비와 헛수고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산처럼 쌓인 과제와 업무, 불편해진 관계, 상처받은 마음을 풀어나가려면 시작점이 되는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구차한 변명이다.

꼬이기 시작한 이유를 찾을 때 주의할 것은 신경적인 원인이냐 정신적인 원인이냐를 구분하는 것이다. 신경(Newron)과 정신(Psyche)은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따지자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처럼 엄연히 다른 분야다.
신경 회로에 쌓인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악화된 것이 아니라면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생각과 기분을 포함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이해하기 위해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 밑에 숨겨진 ‘상처’부터 찾아야 한다.

진단도 제대로 안 하고 약을 처방하는 의사는 돌팔이다. 신경과 정신 두 가지가 상호작용하면서 하나가 나빠지기 시작하면 다른 기능도 같이 저하된다는 것은 좀 기운 빠지는 일이다.

하지만 희망적으로 생각하자면 좀 덜 상한 한 가지를 돌보기 시작하면 다른 쪽도 따라서 호전될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 된다.
엉킨 실타래쯤 그냥 버려도 상관없다면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가진 마지막 실타래라면 젖먹던 힘까지 기꺼이 끌어모아야 한다.
모두 한 번 사는 인생이다. 많은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지금’ 최선을 다해 팬데믹 블루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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