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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백신 유감

코로나바이러스가 위협이 된 이유는 가공할 속도의 전파력 때문이었다.
파죽지세를 꺾기 위해 셧다운이 불가피했다. 셧다운은 경제 대란을 불러왔다.
비대면으로 해결이 안 되는 일들 때문에라도 어떤 식으로든 펜데믹 전으로의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데,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백신’과 ‘집단 면역’이 스위치를 켜고 끄듯 간단한 인과가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백신이 보급되고 있지만 ‘일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생활로 돌아가는 것은 내년에나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NIH에서 근무하는 한 연구원은 ‘가상 이상적인 모델은 이스라엘이다’라고 평했다. 모두가 한꺼번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포인트라는 뜻이다.
처음 백신을 맞은 사람과 나중에 백신의 맞은 사람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길어질수록 효과적인 집단 면역 형성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인구의 동시 접종은 인구가 많고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각 주 또는 지역적으로라도 시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만하다. 백신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어느 주는 백신을 주고 어느 주는 안 줄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시위를 넘어 폭동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작년 봄 마스크 확보 전쟁을 뒤돌아보면, 생사의 문제 앞에서 양보와 질서의 미덕이 얼마나 쉽게 빛을 잃는지 전 세계가 경험한 바 있다.
또한 주별로 백신을 접종한다면 여행 또한 제한해야 한다. 위헌 소송이 나오고도 남을 일이다.
물량이 확보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현재 화이자 백신은 저장/운송 시 섭씨 영하 70도라는 초저온이 유지돼야 한다. (모더나는 섭씨 영하 20도) 화이자는 최근 FDA에 자사 백신을 섭씨 영하 25도에서 15도에 보관해도 안정성(Stability) 유지가 가능하다는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
특수 장비가 필요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면 그나마 보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초저온 저장의 필요성은 백신 클리닉을 아무 곳에나 설치할 수 없다는 제약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생산 물량을 늘리고, 저장 온도 문제를 해결해 보다 많은 장소에서 접종이 가능해진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이 맞으러 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감염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적 취약지구에서는 취업, 주택난, 치안, 끼니 해결 등 백신보다 우선하는 이슈들이 차고 넘친다. 더불어 일각에서 번지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음모론과 백신 유해론은 펜데믹 상황하에서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스트레스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진 대중의 머릿속에 일말의 의구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새로 개발된 백신의 효능과 후유증 등 안전 검증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한다. 백신 차례 기다리기에 지친 사람들은 어쩌면 ‘나는 백신 믿지 않아’라는 심정적 탈출구를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백신 물량 부족, 일원화되지 못한 접종 일시 예약 시스템과 그로 인한 혼돈, 효능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삐거덕거리는 형평성, 접종 단계는 전진하고 있지만 우선 단계에 속해 있음에도 여전히 접종을 못 한 사람들의 불만, 신분을 속여가며 백신을 가로챈 얌체족 등 백신을 둘러싼 전방위적인 이슈가 사회문제화될 조짐이 다분하다.
존스 홉킨스 의대 마티 마카리(Marty Makary)박사는 지난주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를 통해 ‘집단 면역 4월 가능’을 논했다. 기고문 말미에 마카리 박사는 본인의 주장 때문에 안심한 대중이 개인위생을 소홀히 하거나 백신 접종을 등한시할 우려 때문에 집단 면역 가능성을 시사하지 말라는 조언도 들었다고 썼다.
안토니 파우치(Anthony Fauci) 박사 또한 백신도 맞아야 하고, 마스크 쓰기와 손 세정 및 거리 두기 등 기존의 안전 수칙도 여전히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신이 있든 없든 도대체 작년과 달라진 것이 뭐가 있다는 건지 심히 유감스러울 뿐이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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