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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것은 경제적 차별

[김은정 기자의 이슈분석 2]
이슈 떠오른 인종차별 문제
그 뒤에 숨어있는 경제적 차별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8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방문자 센터 로비에서 8분 46초간 한쪽 무릎을 꿇고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애도했다.
묵념에 동참한 모든 의원이 목에 다양한 색실로 짜인 ‘켄테 스카프(Kente Cloth)’를 두르고 있었다. 그 후 기자회견을 통해 ‘공정한 경찰 직무 수행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8분 46초라는 시간은 백인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었던 시간이다.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BLM 운동에 동조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관습상 경외심, 순종과 참회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백인 경찰에게 핍박과 차별받는 흑인을 옹호하고 대변한다는 의미로 선택했을 켄테 스카프가 기자회견 후 오히려 논란의 소지가 됐다. 오비아누주 에키오차라는 가나(Ghana)인 유튜버가 본인 채널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켄테 스카프는 흑인을 대표하는 상징이 아니라 가나의 고유문화다. 사용되는 색깔에 그들만의 의미가 있다. 정치 쇼에 이용하지 말라”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통상 인종차별로 번역되는 레이시즘(Racism)이라는 단어의 공식 기록은 19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김새나 신체적 특징을 기준으로 하는 학문적 분류는 ‘차별’이 아니다. 분류가 차별이 되는 이유는 이해관계가 섞여들면서, 그어진 선의 어느쪽에 속하느냐에 따라 이익과 불이익을 당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이 인류 최대의 악으로 간주된 배경에는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나 중동 지방의 제노사이드 등도 커다란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의 흑백 갈등처럼 길고 체계적인 대립은 유래를 찾기 힘들다.

공립학교 역사(American History) 교육은 노예제도와 이 제도의 종식(1863)을 선언한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 그리고 남북전쟁(1861-1865)에 대해 가르친다. 흑인(1865)과 여성(1920)의 투표권 인정, 흑백 분리 교육 폐지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인권운동 등에 대해서도 가르친다. 학생들은 ‘미국은 자유의 나라이며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배운다.

그렇다면 노예제가 폐지된지 150여 년이나 흐른 지금까지 쌓인 흑인들의 분노는 무엇 때문인가. 한인 이민 1세대는 흑인의 사회적 위치가 그들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평균 12시간씩, 주 7일 일하는 한국인에겐 금요일에 주급을 받고 나면 그다음 월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태도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가난과 교육의 부재가 개인의 책임이 될 때 사회 시스템은 안전하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체계라면 굳이 뜯어고쳐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용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고 믿는 것이 답답한 현실을 견디는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캐롤 앤더슨 교수(Emory University)는 본인의 저서 ‘백인의 분노(White Rage, 2016 발간)’를 통해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빈민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은밀하고 체계적인지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앤더슨 교수는 버지니아의 프린스 에드워드 카운티가 1950년 초에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대신 공교육을 5년 동안 폐지해 흑인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수 없도록 한 사례 등을 통해 흑인 및 빈민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고발했다. 백인 학생들은 사립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이어갔는데, 세금 전표(Tax Voucher)를 발행해 등록비를 지원했다고 한다.

최근의 예로는 텍사스 주의 투표 관련 규제가 언급됐다. 투표장에서 제시해야 하는 신분증 리스트에서 학생증을 제외함으로 인해 특정 집단에 대한 교묘한 견제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정부 인가 사진 신분증을 발급받기 위해 MVA를 가려면, 텍사스 주 특성상 평균 250마일 이상 되는 거리를 대중교통 없이 왕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적된 제도적 차별로 인한 불평등이 분노로 가득 찬 폭력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Black Lives Matter를 주장하며 폭동을 조장하는 일부 과격론자들을 향해 흑인의 생명뿐만 아니라 모두의 생명이 존엄하다는 All Lives Matter라는 외침이 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BLM 운동은 정치적 선동이라고까지 주장하는 그룹도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백인, 기업인, 부유층을 위한 법안을 우선시하며 민주당은 소외계층과 서민을 우선시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예제를 폐지한 링컨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이었고 최초의 흑인 연방 상원의원이었던 히람 리빌스 의원 또한 공화당 소속이었다. 물론, 시대적 배경 때문에 노예제 폐지 및 흑인 등용은 대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이 필요했던 남부 민주당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일각의 평을 피할 수는 없다.
약자는 이래저래 이용당하기 쉽다. 미국 내 소수인종 분포는 2010년 센서스 기준 히스패닉 16.3%, 흑인 12.2%, 아시안 4.7% 순이다. 이민 생활 30~40년이 넘어도 내가 사는 지역의 상/하원 의원이 누구인지, 지역 정부의 행정 방안이 무엇인지 전혀 관심이 없다면 조금 반성할 필요가 있다.

피부색에 따른 차별이 종종 폭력을 수반한 항의를 초래하기 때문에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적 차별이다. 소매업을 통해 부를 쌓을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흐름을 읽고 적응하지 못하면 한인 이민자들은 약자 중의 약자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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