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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리파이드 체험기 (3) - 인디언 문화예술축제

이성희〈LA거주,주부〉

다음 목적지인 세도나를 향해 달려가는 사이 어느덧 석양이 짙게 깔렸다.

플래그 스태프란 제법 규모가 큰 도시의 모텔에서 여장을 풀고 식당을 찾아나서는데 어디선가 북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서 몇 블락을 걸어가니 조그만 공원에서는 한창 인디언카니벌이 진행되고 있었다.

매년 여름에 펼쳐지는 '인디언 문화예술축제'라는데 공원에는 온통 인디언들이 만든 공예품들과 문화유산이 전시되고 있었다.

깃털로 만든 커다란 관을 쓰고 가죽으로 아래 몸을 감싼 인디언들이 여러가지 모양의 북을 치며 흥겹게 춤을 추고 있고 제 흥에 겨운 일부 관광객들도 마당 한복판에서 인디언들과 어우러져 한바탕 즐거운 잔치마당을 펼쳤다.



우리는 인디언이 만들어 파는 고기구이(BBQ)를 먹기로 하고 맨땅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고기를 굽기 위해 피워 놓은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와 리드미컬하게 육감적으로 울리는 북소리에 흠뻑 취해서 밤이 깊도록 객석을 지켰다.

이튿날 아침 1950-60년 당시 서부영화 촬영도시로 명성이 높은 세도나로 가기 위해 출발준비를 하고 있는데 먼저 짐을 옮기러 나간 남편이 얼음조각을 들고 와서 자동차가 얼어 붙었다고 야단이다.

불과 남쪽으로 3-4시간 거리에 위치한 피닉스에서는 너무 더워서 밤새도록 에어컨을 켠채 살고 있는데 이곳에선 밤새 얼음이 얼어붙는 상반된 날씨를 보이고 있다니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플래그스태프서 세도나를 향해 달리는 도로는 내리막의 경사가 심하고 그 옆을 따라 계곡엔 물이 흘러내리는 등 마치 한계령고개를 넘어서 오색약수로 가는 길과 흡사했다.


어른 키 두배 큰 선인장

세도나에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아주 오랜 스페인풍의 중심가에는 인근 지역의 인디언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예술품과 19세기의 카우보이가 사용한 듯한 일상용품들이 탐스럽게 진열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대부분이 수백달러를 호가해 말그대로 아이샤핑만 실컷 했다.

서부영화 촬영지로 유명했던 세도나는 지프차를 타고 붉은 언덕산을 오르는 것이 인기상품인듯 곳곳에는 뚜껑이 없는 지프차를 대여해 준다는 선전간판이 나붙어 있었다.

남편은 한번 타보고 싶어하는 눈치이나 시간당 수십달러나 하는 가격이 걸려 애써 모른척 했다.

세도나에서 프레스캇을 향하는 길가엔 사막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어른키보다 두배 가량 높이 서서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는듯 우뚝 서 있는 선인장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1864년 금광개발을 위해 동부서 포장마차를 타고 온 개척자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프레스캇은 좋은 주거환경,쾌적한 기후,낮은 범죄율 등으로 미국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1,2위에 매년 선정되고 있다는 살고 싶은 도시였다.

해발 5천346피트의 울창한 수목이 우거진 산속에 위치한 이 도시는 미국 최고의 도시답게 자유와 안락함이 곳곳에 스며 있는듯 했다.

금방이라도 6마리의 말을 앞세운 포장마차가 달려오는 듯한 고풍스런 서부도시의 넉넉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상큼하게 한잔의 차를 마시며 내일의 삶을 설계하는 여유를 즐겼다.

비록 출발하면서 발생한 자동차 문제로 무척 고생하며 마음이 상하기도 했지만 그로인해 예정과 달리 전혀 뜻밖의 신천지를 여행하면서 대자연의 신비스러움과 200-300년전에 미지의 땅을 일구었던 파이어니어를 생각하게 해 주었던 이번 여행을 우리는 큰 보람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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