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기고] 위안부 문제와 '정의 세우기'

현용수/쉐마교육연구원장

지난 2007년 연방하원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HR-121)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미주 한인들이 몇 년 동안 의원들에게 편지를 쓰고 로비도 하며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초청해 의회에서 증언도 하게 한 결과였다. 그런데 당시 전범국가 일제에게 한국보다 더 큰 피해를 당했던 중국계 재미 중국인 동포들은 잠잠했었다.

필자는 친분이 있는 중국역사를 전공한 중국계 미국인 리우 박사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중국은 이길 힘이 없을 때는 힘이 길러질 때까지는 참습니다. 그러나 힘이 생기면 그 때 나섭니다." 그의 말대로 7년이 지난 지금은 중국의 목소리가 약간씩 들린다.

중국인이 이렇게 잠잠했던 데는 전후 중국 지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저우언라이와 국민당의 장제스가 일제 전범에게 인도적인 관용을 베풀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1949년 집권한 공산당 정권 역시 1000여 명이 넘는 일제 전범 가운데 어느 누구에게도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하지 않았다. 당시 전범 재판을 했던 연합국 정권 가운데 한 사람도 사형에 처하지 않은 경우는 중국 공산당이 유일했다.

이러한 중국의 역사인식은 매우 잘못되었다. 유대인은 독일 나치 정권에게 600만명이나 학살당한 이후 나치 정권이나 나치 정권에 협력한 사건은 용서할지라도 그 일을 저질렀던 범죄인들은 끝까지 찾아내어 정의의 심판대에 세운다는 원칙을 세웠다. 용서가 사랑이라면 죄인에 대한 심판은 정의다. 프랑스의 마지막 전범 모리스 파퐁을 86세의 고령임에도 프랑스 검찰에 기소해 13년 만에 재판에 회부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독일 정부에 피해 보상을 청구해 받아냈다. 또 나치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의 대도시마다 대학살 박물관을 만들었다.



유대인 인권단체 위젠탈 센터의 랍비 쿠퍼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북한에 납치당한 일본 여성 몇 명에 대해 국제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데, 과연 그들이 위안부 문제도 사죄하지 못하면서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가?" "일본에서는 악한 전범들이 아직도 국가적인 존경을 받는데, 그 나라 어디에서 정의를 발견할 수 있겠는가?"

독일과 일본은 동일한 전범 국가인데, 왜 유독 독일만 피해국에게 과거 역사를 철저하게 사죄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독일인과 일본인의 민족성의 차이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독일 정권에 대한 유대인의 집요하고 강력한 '정의 세우기' 투쟁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위안부에 대한 고노 담화를 왜곡하고 있다. 그들이 망언과 역사 뒤집기를 일삼는 데에는 중국의 책임이 크다. 중국 지도자들이 전범에 관용을 베풀었던 역사인식은 평화주의자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결과 오늘의 무례한 일본을 낳게 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중국이 한국을 따라 뻔뻔한 일본에게 역사의 진실을 알려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은 매우 다행스럽다. 독일이 피해국에게 사죄하고 보상함으로 전 유럽이 사랑과 정의를 누릴 수 있는 것처럼, 일본이 피해국에게 사죄하고 보상함으로 전 아시아가 사랑과 정의를 누릴 수 있기를 소원한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