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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신뢰 실종 사회의 유언비어

노재원/시카고지사 편집국장

만리타향에 살면서도 한국 소식은 이제 멀리 두고 온 고향 이야기가 아니다. 비행기로 반나절이면 닿을 수 있는데다 인터넷 등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기 때문이다. 환율.증시 같은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문화 등 글로벌시대 우리 생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

이즈음 한국사회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는 여전히 지난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다. 300명에 가까운 고교생을 포함한 수백명의 희생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잘못된 관행 및 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보이게, 보이지 않게 뒤덮고 있다. 사고 발생 100일이 지났지만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갈등과 불신, 반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수사당국은 최근 전남 순천 인근의 매실밭에서 40일 전 발견된 한 시신이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세모그룹회장의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해줄 것으로 지목되던 핵심 인물의 사망은 또 다른 후폭풍을 낳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백골화가 진행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에서부터 "부검 결과 조작", "시신 바꿔치기" 등과 같은 유언비어가 끊이질 않는다. 심지어 "유병언이 '발견된 시신은 내가 맞다'라고 주장했다"는 어이 없는 괴담까지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물론 전문가들이 유병언의 시신이라고 해도 믿지 못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세월호 참사도 그렇지만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은 결국 한국사회에 신뢰 또는 믿음이 실종됐다는 것을 말한다. 선박 운행과 관련한 각종 규정은 지키라고 만든 것이지만 업체는 물론 이를 관리 감독할 기관은 그 허점과 맹점을 이용, 이익을 챙겼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해경이나 경찰, 검찰은 허위 보고와 거짓 정보로 혼란만 가중시켰다. '움직이지 말라'는 지시를 철석 같이 믿고 따르다가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을 지켜본 국민 가운데 앞으로 정부나 당국의 지침을 지킬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현 정부를 이끌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신뢰의 정치인이었다. 예전 '세종시 이전 논란'에서 보여주었듯이 정치적 유.불리보다 국민과의 약속을 더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신뢰와 약속을 앞세워 정권을 잡은 박근혜 정부에서 불신이 극에 이른 것은 아이러니를 넘어 씁쓸한 일이다. 모든 사회조직의 기본은 신뢰에서 시작된다. 가정은 물론 크고 작은 단체에서부터 국가에 이르는 모든 사회집단은 각 구성원의 믿음을 바탕으로 존재한다. 구성원 간에 믿음이 실종된 공동체는 허울 좋은 이름만 함께 사용할 뿐 이미 와해된 조직이다.

최근 한인사회 주요 단체들 가운데도 갈등을 빚고 있는 곳들이 많이 눈에 띈다.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왔지만 아예 모르던 사이보다 더 멀어진 이들도 없지 않다. 상대는 틀렸고 자신만 옳다고 주장한다. 신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 만큼 불신이 팽배하다.

편법과 얕은 술수, 교묘한 말은 언젠가는 티가 나고 결국 드러나겠지만 믿지 못하는 이들을 보는 것은 불편하기 그지 없다.

한국의 세월호 참사 극복은 특별법 제정, 국가 개조와 같은 거창한 구호나 움직임이 아닌 작은 불신을 씻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믿음과 신뢰 회복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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