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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권력과 자본의 '갑질'

노재원/시카고지사 편집국장

케이블TV를 끊은 후 방송을 보는 일이 드문데 최근 우연찮게 JTBC '비정상 회담'을 보게 됐다. 한국에 거주하는 11개국 출신의 젊은이들이 결혼과 남녀관계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 10년을 살아도 영어가 쉽지 않은 처지여서 그런지 한국말을 잘 하는 그들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프로그램에 임하는 출연자들의 태도였다. 진지하면서 솔직했다. 주관은 뚜렷했고 생각을 밝히는데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주제의 경중과 상관없이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펼쳤다. 때때로 어색한 표현도 등장했지만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진솔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가볍게 흘러갈 수도 있는 내용도 흥미 있게 지켜봤다. 사전에 준비된 대본의 도움도 있었겠지만 그들을 통해 국가별 독특한 삶과 가치관을 알게 된 것은 작은 소득이었다.

지난 한 달 간 시카고중앙일보 창간 35주년을 맞아 중서부 한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창간 때부터 신문을 보고 있다는 이를 비롯 경제계, 사회·문화계를 망라한 60여명의 기대는 그 폭이 넓었다. 많은 이들이 "정확한 뉴스와 알찬 정보가 도움이 된다"면서도 날카로운 지적과 조언을 잊지 않았다. 한인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힘과 위안이 되는 언론이 되어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뉴스와 정보에 대한 바람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많은 이들이 강조한 것은 언론 본연의 사명을 잊지 말라는 것이었다. 객관성과 균형 감각을 갖춘 사실 전달과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진실은 언제 어디서나 큰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진실을 꾸준히 추구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사회적 역사적 사실을 좇고 기록하는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무지에 의해 왜곡되거나 편향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고 외압에 굴복하거나 두려워할 때도 있다. 간혹 얕은 술수와 유혹에 흔들리기도 한다.

"지금 보내는 관련 사진을 화요일자에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왜 컬러면이 아니라 흑백면에 배치했느냐." "다른 매체는 기자를 보내는데 당신네는 취재를 하지 않느냐.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지 알고 있느냐." "내가 광고주다. 당신네 월급을 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 회사 제품을 크게 소개해 달라." 권력과 자본의 힘을 과시하는, 갑(甲) 행세를 넘어 편집권까지 침해하려는 이들에게 공정성을 이해시키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하지만 진실과 사실이 더욱 건강한 관계를 형성해주고 결국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다. 눈앞의 상대에게 진실하지 못한 관계는 오래 못 간다. 진실과 정직성이 실종된 대화는 겉돌 수밖에 없다. 솔직한 표현은 약간 불편할지 몰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오지는 않는다. 한 역학 실험에 따르면 진실은 사람의 몸과 근육에 힘을 주고 거짓은 근육의 힘을 빼놓는다고 한다.

미국이 정의의 사도 노릇을 해온 것도 힘보다 자유와 민주, 양심과 인권 같은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사실과 진실 추구라는 사회적 합의 덕분일 게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갈등-한국의 세월호법 시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힘겨루기, 이슬람국가(IS) 문제 해법에 대한 각국의 편차, 시위 현장에서 마주보고 있는 당국과 홍콩 젊은이들의 상반된 표정-도 사실과 진실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은 아닐까 싶다.

사실은 진실로 가는 고된 과정이고 진실은 누구에게나 든든한 배경이 되는 최고의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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