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무슬림의 땅, 한인이 되살리는 기독교 정신

터키 끝자락에서 부는 기독교 한류 (하)

안디옥 지역은 초대교회 요람
그리스도인 명칭 처음 붙은 곳
현재 무슬림과 난민으로 넘쳐
안디옥개신교회 기독교 정신
무슬림 전도 및 난민 구호 사역
미주 한인교회도 함께 참여해

이슬람 정서가 팽배한 터키에는 종교에 대한 배척이 존재한다. 정서적 영역 안에서 타종교, 특히 기독교가 똬리를 틀기 힘든 곳이다. 그럼에도, 터키는 아직 기독교의 흔적을 품고 있다. 역사의 꺼풀을 벗겨내면 기독교가 꽃 폈던 시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소수의 교회들은 기독교의 온기를 유지하는 힘이다. 지난달 19~28일까지 터키 곳곳을 다니며 그 온기를 취재수첩에 담았다. 이슬람의 아잔 소리 속에서 기독교는 작은 꽃을 오롯이 피워내고 있었다.


글·사진=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지난달 24일 오후 3시. 터키 하타이 주 공항에 도착했다.

이스탄불에서 남동쪽으로 700마일 떨어진 이곳은 시리아 최접경 지역이다. IS(이슬람국가)의 학살과 시리아 내전을 피해 터키 국경을 넘는 난민이 급증하면서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다. 분위기는 스산하다. 관광객 차림의 사람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정치적으로 차가운 하타이에도 온기는 있다. 초대교회의 요람이자 사도 바울의 발길이 닿았던 안디옥(현재 명칭 안타키아)이 기독교의 숨결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서다. 안타키아는 하타이의 주도다.

택시를 타고 남쪽으로 20마일쯤 가면 안타키아에 이른다. 하타이 주청사 옆으로 유일하게 십자가가 내걸린 건물 하나가 보인다. 터키에선 너무나 생소한 십자가다. 교회 입구엔 '안디옥개신교회'라는 이름이 한글로 굵게 새겨져 있다. 터키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한국 광림교회가 세운(2000년 6월) 교회다.

이슬람권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기독교 역사에 있어 '안디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디옥개신교회는 현재 이슬람에 가려진 기독교 복음의 정신을 되살리고 있다. 터키 끝자락에서 기독교 한류가 불고 있는 셈이다.

취재에 동행했던 국제터키네트워크 김성간 목사는 "터키 전역에는 단 3명의 외국인만이 정식으로 종교 비자를 발급 받아 활동중"이라며 "안디옥개신교회 장성호 목사(2007년 광림교회 파송)가 그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교회 입구엔 신변 안전을 위해 묵직한 철문이 세워져 있다.

안디옥개신교회 장성호 목사는 "안디옥은 시리아 난민촌이 최초로 생겨난 곳이며 IS 등 테러 그룹 활동 지역과 가장 근접한 곳"이라며 "터키인을 비롯한 시리아 난민 등 세례를 받은 50여명의 기독교인이 매주 이곳에 모여 터키어와 아랍어로 예배를 드린다"고 말했다.

사역은 다양하다. 평일에는 아이들을 데려다가 성경과 함께 기본적인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음식이나 옷가지를 나눠주기도 한다. 무슬림이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면 교회에서 세례식도 거행한다.

안디옥개신교회는 최근 난민 구호 사역도 시작했다. 수년전 부터 시리아 난민이 급증해서다. 난민 사역은 미주 한인교회가 함께 한다. 토런스 지역 주님세운교회(담임목사 박성규)는 올해초 난민 사역을 돕기 위해 안디옥개신교회를 비롯한 각 난민촌에 12만 달러를 지원했다. 또 산호세뉴비전교회도 매해 단기선교팀을 파송중이다. 안디옥개신교회는 지원을 통해 각종 구호 물품을 구입, 하타이 곳곳의 난민촌을 방문하고 있다.
<본지 4월27일자 a-1면>

관련기사 보기 "오스만의 영광을…" 이슬람 맹주로 내달리다…21세기형 이슬람 국가 터키를 가다 (상)

장 목사는 "난민들은 내전과 IS의 학살을 눈으로 보며 죽음의 의미를 실제적으로 접했기 때문에 육적, 정신적, 영적으로 너무나 피폐해진 상태"라며 "그들에게 도움 뿐 아니라 기독교 복음을 함께 전하는 것을 구호 사역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의 안타키아는 어제의 안디옥과 흡사하다. 2000년전 사도 바울은 안디옥에서 가장 처음으로 이방인에게 예수를 전했다. 당시 기독교인은 핍박과 박해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다. 그들에게 '그리스도인(Christian)'이란 명칭이 맨 처음 붙은 지역도 안디옥(사도행전 11장26절)이다.

안타까운 현실에도 기독교의 숨결은 스민다. 그 온기는 슬픈 미래를 지운다.

1년에 딱 한번<4월23일>, 기독교와 이슬람 교류

무슬림들 부육아다 섬으로 몰려
기도 받으면 소원 이뤄진다 믿어
기독교인은 소통과 전도의 기회로
이날은 터키 경찰도 제재 안 해


1년에 딱 하루, 터키에서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교류가 정식으로 허용되는 날(4월23일)이 있다.

지난달 23일 오전 7시. 부육아다 섬으로 향했다. 이스탄불에서 배를 타고 1시간쯤 걸리는 곳이다.

선착장 입구는 이미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히잡을 쓴 무슬림과 성경을 손에 든 크리스천이 함께 배에서 함께 내리는 특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날은 터키의 공휴일(어린이날)이다. 해가 질 때까지 섬을 찾는 무슬림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그들의 발걸음은 ‘미신’을 좇아 한 곳을 향한다.

미주 지역 터키 선교 단체인 실크웨이브미션 이세웅 총무는 “섬 꼭대기에는 1901년에 그리스 정교회가 세운 ‘세이트조지’라는 작은 교회가 있다”며 “그곳에서 기도를 받으면 병이 낫고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미신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매해 ‘4월23일’이 되면 수만 명의 무슬림이 섬으로 몰려든다”고 말했다.

이날 무슬림들은 타인이 자기를 위해 기도해주는 것을 반긴다. 터키 경찰도 종교 활동에 대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이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마음을 나누는 기회다. 접촉의 허용은 자연스레 선교가 된다.

터키개신교교회협의회를 비롯한 터키 현지 교인들은 전도를 위해 매년 400~500명씩 이곳을 방문한다. 지난해부터는 선교 단체인 실크웨이브미션을 중심으로 미주 한인 교회들도 동참했다.

터키 카라코이인터네셔널처치 스테판 수 선교사(미국)는 “10여 명의 교인과 함께 성경과 전도지를 나눠주면서 무슬림에게 기도를 해주려고 나왔다”며 “이날 만큼은 무슬림이 타종교인에게 기도 받는 것을 좋아하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마음을 열기 때문에 터키에서는 기독교가 무슬림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유일한 날”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을 따라 섬 꼭대기에 있는 교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가야한다. 언덕 초입에는 무슬림에게 실타래와 각설탕을 파는 수십 명의 상인이 자리를 잡고 있다. 구입한 실타래를 조심스레 풀면서 언덕을 오르는 무슬림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각설탕을 나눠주며 교회로 향하는 이들로 북적인다.

무슬림 훌랴 타스키란(45)씨는 “좋은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원 때문에 섬을 찾았다. 실타래를 풀면서 길을 오르는 건 목적지까지 실이 끊어지지 않을 경우 소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며 “각설탕은 아무런 문제없이 달콤한 인생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눠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길가에는 기독교인들이 기타를 치고 찬양을 부르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슬림에게 성경을 나눠주며 손을 잡고 기도를 해주는 모습도 보였다.

미국 선교 단체인 FIT인터네셔널 커트 에드워드 선교사는 “이날은 평소 기독교에 대한 의문이나 오해를 가진 무슬림들이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기도 한다”며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올해는 미주 지역에서 산호세뉴비전교회, 버지니아열린문장로교회. 베델한인교회, 세리토스동양선교교회 단기선교팀 등 90여 명의 한인이 참여했다.

에르칸 코흐(52)씨는 “이렇게 먼곳까지 와서 우리를(무슬림) 위해 기도해주는 기독교인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크웨이브미션 관계자들과 한인 교인들은 이날 특별히 터키 정부의 허가를 받아 간이무대를 설치하고 합창 공연, 가야금 및 대금 연주 등을 하며 전도활동을 펼쳤다.

베델한인교회 서동민 장로는 “이슬람 지역에서 기독교의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감격인지 모르겠다”며 “하루종일 무슬림을 만나며 기도를 해주다 보니 과거 이 땅에서 복음의 역사를 이루어갔던 초대교회의 모습이 떠올라 벅찼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