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선임기자 리포트] 아메리카에 '진보의 바람' 거세다

동성결혼·오바마케어 합헌 판결
인권·복지 강조, 진보적 이념 승리

전문가들 "세대교체로 인한 현상"
'경제적 평등' 대선 이슈로도 부상


미국사회에 진보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요 사회적 이슈들에서 진보의 승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방대법원의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과 동성결혼 허용 판결이 결정적이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연방대법원조차 진보 진영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현재 연방대법원 대법관 9명중 5명은 공화당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 <표 참조>

이 때문에 그동안 '연방대법원=보수'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와 보수의 논리가 첨예하게 맞선 이슈에서 진보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것은 연방대법원도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대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26일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 합법 판결문에서 "결혼은 중요한 사회제도지만 법과 사회의 발전과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후 "동성결혼에 대한 반감이 많이 사라진 사회상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연방대법원에서 다뤄질 소수계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나 이민개혁 문제 등의 판결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맨해튼 인스티튜트의 캐이 히모위츠 연구원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미국사회가 진보로 변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고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사회의 이런 변화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세대교체와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 자유주의적 성향의 확산 등을 주요 이유로 분석하고 있다.

이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세대교체 현상이다. 현재 미국사회는 1920~1940년대 사이에 출생한 '침묵의 세대(silent generation)'가 점차 감소하면서 다음 세대인 베이비부머와 밀레니얼들이 사회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등을 겪은 '침묵의 세대'는 보수적 성향이 가장 강한 세대. 그 빈자리를 진보적 성향의 베이비부머와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밀레니얼이 채워가고 있다는 것이다.

루 맨자 르배논 밸리 칼리지 심리학 교수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사회의 진보화는 세대교체의 결과"라며 "과거에는 부정적으로 인식됐던 것들도 세대가 지나면서 용인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맨해튼 인스티류트의 캐이 히모위츠 연구원도 "베이비부머는 '침묵의 세대' 보다, 밀레니얼은 베이버부머보다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며 "1980년 이후 출생자인 밀레니얼들은 동성애 정치인이나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왜 논란 거리가 되어야 하는지 조차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밀레니얼들은 과거 세대에 비해 기존 정치나 경제계 파워그룹에 대한 거부 성향이 강하고 SNS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집단적 의사 표현도 활발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진보 진영과 궤를 달리한다. 최근 하버드대가 18~29세 사이의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환경문제 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더 관심이 많았으며, 소수계 우대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또 중동의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IS) 격퇴를 위해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은 진보적 성향은 있지만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눈덩이 효과'는 다른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수용이다. 동성결혼의 경우 합법화하는 주들이 늘고 성소수자(LGBT)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거부감도 희석됐다는 것이다. 제프 보스워스 맨스필드대 정치학 교수는 "친구나 가족 등 주변 성소수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이유없는 반감이나 편견이 사라지면서 전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중시하는 경향도 한몫을 하고 있다. 보스워스 교수는 "동성결혼 이슈도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며 "따라서 이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문제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진보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진보는 아직 제자리 걸음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부장관은 진정한 진보를 위해서는 경제적 평등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부 도시가 시간당 최저 임금을 15달러로 올렸지만 연방 최저임금은 아직 7.25달러에 불과하다"며 "경제 성장의 이익 대부분이 부유층에게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대학 등록금 인하 등 공교육 강화와 기업들이 직원을 비용절감의 수단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진보' 이슈는 내년 대통령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랜드 폴 의원은 "공화당은 더 이상 부유층과 월가를 위한 정당이 아니다"고 강조했고, 역시 공화당 대선 후보인 테드 크루즈 의원도 "부유층은 자신들만의 장벽을 치고 그 안에서 안주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동필 선임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