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네트워크] 평통위원이 국정원 요원인가
김창욱/뉴욕중앙일보 고문
이에 앞선 같은 해 6월 김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와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01년 5월 뉴욕 평통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 기원 남북통일 기금 모금 골프대회'를 열었다. 해마다 갖가지 명분의 골프대회가 열린다. 하지만 특정 국가 지도자의 방문을 기원하는 대회를 열었다는 기록은 찾기 힘들다. 그래서 일부 한인들은 이 대회는 권력 해바라기 성향의 '정치적 쇼'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평통은 전두환 정권 시절 평화통일에 대한 정책을 건의하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출범했다. 그 출생의 한계 때문인지 그럴 듯한 존재 이유와는 달리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 일쑤였다. 한때는 집권세력을 옹호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역협의회장 자리가 큰 감투라도 되는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 정권 실세와 은밀한 뒷거래를 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재외동포 참정권이 생기면서 어떤 평통위원은 비례대표 금배지를 달고 금의환향하는 꿈까지 꾸고 있단다. 그래서 한인들이 평통을 보는 시선은 싸늘했다. 냉소적이었다.
제17기 평통이 다시 구설에 오르고 있다. 평통 사무처가 올해부터 자문위원 이름 비공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따른 프라이버시 보호 그것이 비공개 이유였다. 한국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시행한 것은 2013년 3월. 이 법은 본인의 양해 없이 자연인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자문위원 이름까지 비밀에 부치는 것은 융통성 없는 법 운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평통의 최고사령탑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비밀주의였다. 박 대통령은 인사 때면 '철통보안'으로 입각 후보자의 이름까지 보호했다. 지나친 보안은 부실한 자격 검증을 불렀다. 그 결과 국무총리, 장관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했다. 금번 한국을 패닉 상태에 몰아넣은 메르스 발생 초기에는 환자 발생 병원까지 보호하는 바람에 사태를 악화시켰다. 오죽하면 외신까지 '한국 정부의 비밀주의 대응법이 국제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을까.
평통 자문위원이 국정원 비밀요원이라도 되는 것일까. 이름을 공개하면 북한 김정은이 포섭 대상 리스트에 올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명분이 아리송한 비공개 사유는 이런저런 억측만 불러 일으키고 있다. "평통 사무처가 자문위원 자격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다.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친정부 인사들을 자문위원으로 골라 놓고 예상되는 시비를 막기 위해 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민 생활에 살아가기 바쁜 대다수 한인들은 사실 누가 평통위원이 되든 관심이 없다. 일부는 평통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평통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그런데도 '자문위원 이름 비공개 방침'에 굳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가릴 것은 가리라는 조언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감추느라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우게 하지 말라.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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