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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어떤 TV 프로그램 좋아하세요?

천문권/샌프란시스코지사 편집국장

오늘은 정치.경제.사회 이야기 말고 고요한 샌프란시스코(SF).베이 지역에서 사는 이야기 좀 하자.

SF.베이 첫 3달간 '정말 미국'에 온 것 같았다. LA 한인타운에 12년 넘게 살았던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SF시내로 가면 시끌벅적 분위기 타는 곳이 있긴 하다. 그런데 몸에 밴 문화가 틀려서 인지 적응이 쉽지 않다.

사실 LA는 미국 시스템에 한국을 얹어 놓은, 전세계에서 한국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다. 한국 정치와 정책의 영향이 직접 없다는 건 행복한 덤이다. LA 한인타운 외에 미주 웬만한 곳은 술 마신 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늘 문제다. 밤 프리웨이는 80마일씩 씽씽 달린다. 택시도 마땅치 않고 비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SF와 베이지역은 적막해진다. 이 고요함을 넘어선 적막함. 그걸 이기는 방법을 결국 찾았다. 어릴 적 내 놀이터와의 재회.

TBC.동양방송이라고 있었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가면 만화 영화가 기다렸다. 황금박쥐, 우주소년아톰, 타이거마스크, 독수리오형제 등등 드라마도 많이 봤다. 임금님의 첫사랑, 별당아씨, 야! 곰례야, 달동네. '똑순이'를 탄생시킨 달동네는 TBC에서 방송되다 KBS2로 이어져서 방송됐다. LA 한 병원 광고에 나오는 탤런트 홍세미씨가 당시 TBC간판 중 한 명. 별당아씨였던 것도 기억난다.



외국영화는 더 많이 봤다. 600만불의 사나이, 원더우먼, 스타스키와 허치가 모두 내 놀이터 TBC에서 방송됐다. 부모님 몰래 훔쳐보던 쇼쇼쇼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놀이터였던 장수만세. 거기다 아이들과 함께 논 호돌이와 토순이도 기억난다. 부산에 살던 나는 당시 서울 가는 걸 싫어했다. 서울 외 지역은 TBC가 1주 늦게 방송됐다. 전파망이 없어 테이프로 배달했던 모양이다. 서울 가면 한 주를 건너뛰고, 돌아 오면 봤던걸 또 봐야하는 일이 생겼고 그게 싫었다. 이 정도면 진정한 놀이터였지 않나?

그 놀이터의 후예가 지금 SF.베이 밤의 적막함을 몰아내 주고 있다. 새 놀이터는 TBC가 이어진 JTBC다. 공교롭게도 나는, 내 놀이터였던 TBC의 계승자 JTBC가 속한 미디어 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그냥 놀이터였는데 일터 겸 놀이터가 됐고, 점점 자부심이 생긴다.

챙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김제동 진행의 '톡 투유'다. 손석희 선배가 사장으로 있는 보도국에서 제작한다니 좀 의외였다. 소외된 듯한 사람들의 소외된 듯 진솔한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가 대본이다.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터지니 이만한 힐링도 없다. 방송 4달 남짓된 이 프로그램은 아류작도 낳았다. SBS에서 3년이 넘은 방송 힐링캠프. 원래 진행자 성유리와 이경규씨가 하차했다. 김제동이 단독 진행한다. 둘 다 김제동 단독 진행인데 왠지 다르다. 어수선하고 덜 담백하고 다가옴이 덜하다. SBS가 JTBC를 따라 했는데, 못 따라오는 이유는 뭘까? 시청률을 의식해 손을 너무 많이 댔다. 그러면 진심이 편집된다. 프로그램 기획자와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 차이도 있을 것이다.

SF.베이에서 재회한 옛 놀이터와 적막강산을 깨며 같이 노는 재미는? 아주 쏠쏠하다. 오늘도 나는 놀이터에 갈거다. 썰전도 같이 풀어보고, 마녀사냥도 덩달아 하고, 냉장고도 한번 부탁해볼 예정이다. 유재석.유희열이 하는 '투유쇼'도 시작한다.

참. 손석희 사장의 JTBC뉴스룸은 필수다. 한국발 뉴스의 표준이니까. 어디로 가면 볼 수 있느냐고? jtbcamerica.com에서 클릭하면 문이 스르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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