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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국정'과 '창조'의 불협화음

천문권/샌프란시스코지사 편집국장

얼마 전 실리콘밸리에서는 K테크(K-Teck) 행사가 열렸다. 한국 스타트업(창업회사)들의 피칭(제품설명)도 그 중 한 섹션이었다. 24개 청년 기업이 무대에 올랐다. 이를 체크하고, 투자 여부를 판단할 전문가들은 앞자리에 진쳤다. 뒤로 구경꾼만 수백 명. 각 팀마다 재기 발랄하게 어필했고 열기는 후끈했다. 관전평을 한마디로 하자면 '멋진 젊은 그들.'

조명을 낮춘 자리에서 밝은 무대를 바라보다 문득 '젊은 그들이 살아온 길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지는 않았지… 하며 몇 단어가 어지럽게 교차됐다. '젊은 그들… 자유로운 발상… 창조경제.' 거기서 뚝 끊겼다. 곧바로 이어진 단어. 국정 역사교과서… 실리콘밸리. 젊은 그들.자유.창조.국정교과서.실리콘밸리. 이 조합 속에 왠지 국정 교과서는 어울리지 않았다.

요즘 창조라는 말이 유행이다. 자유로운 발상이 그 시작이다. 최고봉은 실리콘밸리다. 차별성은 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에 있다. 새 관점을 찾아 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인문학이지만 미국은 자연과학, 수학 등을 포함해 리버럴 아츠다. 이 둘 간 결합의 중요성이 레전드의 입에서 나온 적이 있다. 실리콘밸리 스티브 잡스였다.

"애플이 아이패드와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항상 기술과 교양(리버럴 아츠)의 교차점에 있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죠. 기술의 관점에서 사용자의 편의성과 재미도 갖춰야 정말 딱 맞게 나올 수 있어요. 기술과 리버럴 아츠의 조합 덕분에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잡스는 애플의 DNA 속에 기술과 인문학을 녹이려고 했다. 아니, 애플의 기술 속에 인문학과 인간이 녹아 들어가길 원했다. 인문학의 대표는 문학.사학.철학이다. 이중에서 사학(역사)을 샘플로 보자.

역사는 뭐지? 역사학자 E.H. 카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대학 때 읽었다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내려놨던 책. '역사란 무엇인가?' 결국 다시 읽기를 서너 번. 내 관점의 해석이 생겼다. '패션과 유행이 돌고 돌 듯. 역사도 돌고 돌며 서로 대화한다.'

학자들은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200~500년으로 본다. 창업.번성.태평성대.복지.부패.쇠락.패망이 스테레오 타입이다. 역사를 보면 현재가 보이고 미래까지 설계할 수 있음이 역사공부의 현재적 가치다. 국정 역사 교과서 논란을 보자. 한국의 틀에 박힌 교육이 다들 걱정이다. 그런데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 이건 '박힌 틀에 말뚝을 박는다'는 우려를 낳을 만하다. 이런 교육을 받은 청년들에게 도전과 창조를 강조하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주고 들어가 보라는 것같은 모양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장.단점이 있다. 나 역시 국정으로 배웠다. 나중에 너무 무턱대고 외웠다는(국정화 됐다는)걸 반성의 마음으로 인지하게 해준 것은 장점이다. 지식이 지혜가 되지 못했음도 반성했다. 대학서 다시 만난 역사 속 한국과 세계는 달랐다. 밸런스 잡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개인도 달라졌냐고? 암기 때 보이지 않던 현실, 그리고 미래와 그 설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내 삶도 역사고 다른 삶을 참고해 설계할 필요가 있고 창조할 필요도 느꼈다.

세계 스타트업의 스타트 포인트인 실리콘밸리에서, 몇 번을 생각해봐도 국정 교과서와 창조, 창조경제는 어울리지 않는 매치다. 자라는 젊은 그들이 틀 속에서 몸부림치다 다칠 것만 같다. 정말 궁금한 점은 '왜 한 정부에서 대척되는 두 정책이 나왔을까'다.

내년 4월 총선 때문일까? 보수는 대 결집하고, 젊은 층은 '그럴줄 알았어'라며 투표장을 외면 하길 바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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