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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32세 젊은이의 가슴앓이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32세의 건장한 청년이 내과 의사의 권유로 나를 찾아왔다. 열흘 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며 숨쉬기가 힘들어 응급실을 찾았단다. 심장질환과 관련된 각종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응급실 의사가 처방한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더니 30분도 안돼 증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후 10일 동안 3차례에 걸쳐 비슷한 증상이 생겼다. 그는 과거에 정신과 의사를 만난 적도 없고 자신에게 정신병적인 증세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 술을 많이 마셨다. 불안하거나 우울해지면 술로 자신의 감정을 마취시켜버렸는지도 모른다. 그가 술을 끊고 새 사람이 된 것은 27세에 결혼한 10세 연상의 아내 덕이다. 아내에게는 첫번 결혼에서 생긴 9살 짜리 아들이 있었다. 아내 덕분에 너무 겁이 나서 시도해보지 못했던 운전면허 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는 큰 병원에서 5년 전부터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컴퓨터 미숙으로 스트레스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총각 때 버릇처럼 결혼 후에도 충동적으로 돈을 쓰다보니 카드빚이 많아져 걱정이다.

6남매 중간으로 태어난 그는 집안의 골칫거리였다. 멕시코에서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닐 때 교사는 부산한 그를 의자에 묶어 놓기도 했다. 그는 3학년이 될 때까지 학교에서나 집안에서 스패니시만을 사용했다. 그러다 이사로 전학한 새 학교에서는 영어만을 쓰게 했다. 말에 자신이 없던 그는 사람에 대한 공포증이 생겼다. 자신이 주의집중을 못하는 것이 질병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결국 11학년 때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는 감옥을 들락거렸고 어머니는 자살기도도 했었다. 어머니는 그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 그후 그의 삶은 자신의 아버지처럼 음주와 범죄의 연속이었다. 지금 아내와 결혼한 27세까지는.



"최근 생긴 일 중에서 혹시 마음에 많은 충격을 준 일이 었었나요?"라는 질문에 그는 "티후아나에서 외롭게 살고 계신 아버지와 전화 연락이 되었어요. 아버지는 직장도 돌봐주는 사람도 없어서 거의 구걸하다시피 살고 계신가봐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월급이 적고 빚까지 져서 아버지를 도울 수 없다고 한다.

"아버지를 돕고 싶은 마음은 큰데 그럴 사정이 안 돼서 생기는 죄책감이 마음을 괴롭혔나 보군요."

"글쎄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럴 수도 있을까요?"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없는 것이 무척 창피했었다고 한다. 일에 자신이 없고 실패에 대한 공포가 너무 컸지만 아무에게도 기댈 곳이 없었다. 어머니에게 우울증상이 있고 아버지에게 음주벽이 있으면 우울증이나 불안증상이 자식에게 나타날 확률이 크다.

그가 복용하는 신경 안정제는 습관성이 생길 수 있어 아주 급한 경우에나 쓰도록 하고 화학물질의 균형을 잡는 약을 권했다. 그리고 환자의 병가 기간을 2주 더 연장시켰다. 또 운동을 계속하고 아내와 의논해 카드빚을 조금씩 갚아나가라는 조언도 했다.

부모의 보살핌 없이 어렵고 힘든 시절을 살아오면서 마음의 병을 갖게 된 그가 애써 이루어 놓은 가정의 울타리에서 증상을 치유해 나가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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