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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 문화와 '나' 문화의 차이

허종욱/워싱턴버지니아대학교수·사회학박사

50여년 전 미국에 유학 왔을 때 첫인상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너무 개인중심적이라는 것이었다. 공동체 중심적인 한국생활에 익숙했던 내게 미국문화 적응은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나는 편의상 미국의 개인중심적인 문화를 '나' 문화, 그리고 공동체 중심적인 문화를 '우리' 문화라고 부른다. 두 문화의 차이점은 대화 언어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인들은 대부분의 대화를 'I' 즉 '나'로부터 시작했다. 'my wife, my son, my family, my country' 등이 좋은 예다. 한국에서 '우리 아내, 우리 아들, 우리 가족, 우리 나라' 등 나보다는 우리 중심이다. 이에 익숙했던 나는 미국식 대화가 이기적이라는 인식이 들어 처음에는 많은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나' 중심적인 문화 속에도 많은 '우리' 문화가 담겨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반대로 미국에 살다 지난 10여년간 한국에 머물면서 집단적 공동체 '우리' 문화가 그동안 많이 '나' 문화로 바뀌었음도 직감할 수 있었다.

유학생활 초기에 한 가정의 저녁초대를 받았다. 맛있는 음식이 많았다. 나는 한국식으로 체면유지를 위해 음식을 적당히 들고 포크를 놓으면서 초청한 사람이 더 들라고 권해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일언반구도 없었다. '나' 문화를 처음으로 경험한 것이다. 대학에서 일할 때다. 동료들은 퇴근 시간 5시가 되자마자 자리를 떴다. 상사가 회의에 들어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나는 상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본 상사는 무슨 개인적인 일이 있어 남아있느냐고 물었다. '나'의 자유와 권리가 철저하게 보장받는 사회라는 것을 실감했다.



미국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 개성을 우선으로 하는 '나' 문화가 발달했다고 해도 타인의 권리와 자유가 피해를 보는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시민으로서 공동체 생활에서 지켜야 할 시민정신과 남을 배려하는 태도는 어떤 면에서 '우리' 문화를 중심으로 한 한국보다 앞섰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우리 문화가 이처럼 양립할 수 있는 이유는 시민정신 때문이다. 시민정신은 다른 사람들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정신이다. 즉 '우리' 문화가 강조하는 공동체 생활의 윤리도덕을 말한다. 메릴랜드 주립공원에는 쓰레기통을 볼 수 없다. 관리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쓰레기 수거 예산 절약도 있지만 각자 쓰레기는 스스로 책임지는 시민정신을 함양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다.

60년대만하더라도 한국에는 아름다운 공동체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두레와 품앗이가 바로 그것이다. 두레는 농경사회에서 마을 전체가 협력해 마을생활을 돕는 공동체 문화다. 마을의 모든 남자는 모내기, 김매기, 추수를, 여자들은 길쌈을 협력해서 하는 미풍을 말한다. 품앗이는 서로 돌아가며 농사일을 필요에 따라 도와주는 문화를 말한다. 두레와 품앗이 문화는 농촌사회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우리' 문화를 형성하는 근간이 됐다.

그런데 경작의 기계화로 두레와 품앗이 문화가 한국농촌에서 사라지고 있다. 트랙터가 이 문화를 빼앗아 갔고 '우리' 문화를 '나' 문화로 전환한 주범이 됐다. 콘크리트 고층 아파트 속에 갇혀 있는 한국인들은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어느새 '나' 문화에 익숙하게 됐다.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길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이에 반해 '나' 문화에 익숙한 미국인들은 시민정신에 의해 '우리' 문화로 바뀌고 있다.

이 두 문화가 잘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사회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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