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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공사 구분 못하는 '꼴불견'

모니카 류/암방사선과 전문의

'꼴불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만나는 사람들을 무조건 가르치고 훈계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본다. 그런 이들은 상대방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관심이 없다. '모두 무식하다'는 식이다.

지난 달 모국에서 '고교 재상봉'이 있었을 때 오랜만에 만난 한 동창이 다른 동창한테 어린이 보육과 건강식에 대한 훈계를 장시간 들었다 한다. 듣는 입장에 있던 동문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는 후일담이다. 안타깝게도 그 둘은 버스에 나란히 함께 앉아야 했던 것이다. 둘 다 의사이고, 훈계를 한 동문은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법적 처녀, 훈계를 들어주어야 했던 동문은 손녀까지 있는 소아과 의사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는 속담이 이런 걸 뜻하는 것 같다.

지난 주 아침 콘퍼런스 중에 있던 일이다. 젊은 동료 여의사가 테이블 위에 자신의 스웨터를 펼쳐 놓고 보풀을 뜯고 있었다. 이 테이블에는 25여 명의 남녀 의사들이 둘러 앉아 환자에 대한 소견을 나누는 곳이다. 그 뿐 아니다. 어머니가 일본사람인 한 남자 의사는 일본 알파벳을 콘퍼런스 중에 연습하기도 한다. 참 그림이 안 좋다.



직장에서는 개인적인 일을 삼가는 것이 좋다. 또 개인적인 사소한 일들을 공공 장소에서 토픽으로 삼아 이야기하는 것도 삼가야 할 일이다.

'모니카 선생님, 그 신발은 어디서 사셨어요?' '다음의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또는 '손주들 사진 있어요?'라는 질문을 간혹 받는다. 내가 사진이 없다고 하면 '무슨 할머니가 이렇담?' 하며 의아해 한다. 나야말로 요즘 셀폰으로 사진을 찍어대니(!) 사진이 꽤 많이 저장되어 있는 터이다.

의료계를 생각해 본다.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하루는 온통 환자들을 위해 쓰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양 방사선학과를 예로 들어 본다. 한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기까지 의사, 간호사, 물리학자, 선량기사(dosimetrist), 치료사, 소셜워커가 일한다. 그들의 일이 완벽해야 하므로 최선을 다 해야 하고 과정이 방해되어서는 안된다.

또 병원이나 직장의 고용주 입장을 생각해 보자. 직장인들이 사적인 일에 회사 시간이나 회사 물건을 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러한 것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기술적인 방법을 고안해 내는 회사도 있다. 아무리 인터넷이 세계를 연결하는 좋은 방법이라 해도 인터넷 남용으로 인한 직장의 기밀 누설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고 그에 따른 비용 손실 또한 무시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인인 우리는 업무에 올인 하고 잔소리밖에 되지 않는, 가르치려는 태도를 버리고 대신 배우는 자세를 갖추자. 좋은 습성은 우리를 진취적이 되게 한다는 것이 내 관점이다. 부득이 한 경우를 제외하고 직장에서는 직장의 일에, 집에서는 가정의 일에 충실하는 습관을 들이는 기반을 만들자. 또 우선순위를 만들어 갈등이 없는 화평한 삶, 그래서 질적으로 좋은 삶이 되는 나날을 일구다 보면 행복할 줄도 알게 되고 내 분야의 대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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