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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찾아오는 교회 vs 찾아가는 교회

허종욱/워싱턴버지니아대학교수·사회학

얼마 전 워싱턴DC에 있는 내셔널 커뮤니티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이 교회는 요즘 새로운 교회운동으로 번지고 있는 '찾아가는 교회'의 대표적인 교회다. 예배 처소는 미러클 극장이었다. 2층 극장은 발디딜 틈 없이 500여명의 교인으로 꽉 차 있었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 완전히 다인종 다문화 교회다. 마크 배터슨 담임목사가 '예수님은 우리 삶의 햇빛'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교회는 토·일 주말에만 이 극장을 사용한다. 평일에는 극장을 상업적으로 쓰고 있다. 예배 후 교인들은 극장 로비에서 다과를 나누며 환담을 한다. 이 교회는 현재 워싱턴 인근 8개 처소에서 예배를 드린다. 특히 교회가 직접 에베네저 커피하우스를 경영하고 있어 일반 고객뿐 아니라 교인들도 이곳에서 교제를 나눈다.

올해 봄에 문을 연 커피하우스에는 16만명의 고객이 다녀갔다. 이들은 모두 전도 대상이다. 담임목사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따라서 교인들과 목사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분위기다.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들 사이에, 그리고 목회자와 교인들 사이에 담이 없다.

교회 소개 소책자들을 살펴봤다. 1996년 19명으로 개척해 올해 20주년을 맞는다.



다음과 같은 3대 확신을 내걸고 교회 문을 열었다.

첫째, 교회는 이 지상에서 가장 창조적이어야 한다. 둘째, 교회는 시장 한복판에 속해야 한다. 셋째, 하나님은 선교 헌신과 이웃사랑의 비율에 따라 축복을 주신다.

이 교회는 지난 10년간 880만달러를 선교와 이웃돕기에 사용했다. 현재 교회 예산의 50% 이상이 이에 할당되고 있다. 2015년 헌금 총액은 1080만 달러에 이른다. 교도소, 마약중독자, 에이즈 환자, 불우아동을 돕고 국내 10개 지역과 국외 30개 국가에 장·단기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다.

현재 이 교회 출석교인은 5050명으로 지난 3년 동안 매년 28%씩 증가하고 있다.

10년 전 서울의 한 대형교회 목사를 사전 예약하고 주일 예배 후 만난 적이 있었다. 비서실에는 이미 여러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순서가 돼서 담임목사실에 들어가니 집무실, 접객실, 서재, 샤워장 등 40평에 가까운 '운동장'이었다. 목사에게 넓은 사무실에 대해 가볍게 언급했더니 "당회에서 정한 것이기 때문에 나도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다.

다음에는 부교역자 사무실을 들렀다. 담임목사 사무실 크기의 공간에 30여명의 부교역자들이 칸막이 사무공간에서 옹기종기 교인들을 만나고 있었다.

이 교회의 1년 예산은 내셔널 커뮤니티 교회의 4배에 가깝다. 하지만 연 예산의 30% 이상이 건물 유지비로, 50% 이상이 교역자 사례와 직원봉급, 나머지 20% 안 되는 액수가 이웃돕기에 쓰이고 있다. 재정의 대부분이 안살림 꾸리는데 사용되고 있다 .

일부 대형교회 담임목사는 제왕적으로 군림한다. 집무실에서 담임목사 면담은 하늘의 별따기다. 너무나 장벽이 많다. 어떤 교회는 담임목사뿐 아니라 사모에게도 운전기사가 붙은 자가용을 제공한다. 연봉 1억원이 넘는 경우는 다반사라고 한다. 이웃돕기와 선교는 뒷전에 머물고 있다. 주일이면 교인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든다. 수평이동으로 대형교회는 초대형교회로 탈바꿈 한다. 전형적인 '찾아오는 교회'의 모형이다. 소·중형교회는 문을 닫는다.

어떻게 이 두 교회가 상생할 수 있을까?

교회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찾아오는 교회'에서 '찾아가는 교회'로, '장벽 있는 교회'에서 '장벽없는 교회'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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