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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듣는 것만으로 설득하는 '공감 경청'

허종욱/버지니아워싱턴대학교수·사회학

워싱턴 지역 교회협회 학술제에서 '공감적인 경청(Emphatic Listening)'을 주제로 한 강의에 큰 감동을 받았다. 공감적인 경청이란 상대방의 말 속에 같이 들어가 그와 함께 울고 웃는 경험적인 공감을 말한다. 교회의 경우 교인이 '말 고픔' 속에 있음을 목사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말만 하기에 바쁜 경우가 있는데 결과는 교인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게 된다.

공감적인 경청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대화에서도, 여러 사람이 모이는 회의에서도 똑같이 필요로 한다. 목사는 정신과 전문의, 상담전문가, 변호사, 교수 등과 같이 1대1의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이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완전히 내려놓고 상대방의 감정과 관점을 경청을 통해 공감하면서 문제 해결을 상대방이 스스로 찾아내도록 안내해야 한다. 공감적인 경청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활 습관으로 길러야 한다. 공감적인 경청은 교회 공동체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타협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목사에게 공감적인 경청능력은 목회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목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민족에 따라 공감적인 경청의 도가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미국사람과 일본사람들이 대체로 공감적인 경청의 도가 높고 남미인과 중국, 한국사람들이 도가 낮은 것 같다.

1992년 '오늘의 양식' 영어판 'Our Daily Bread'를 발행하는 레디오 바이블 클래스 선교회 딕 메이슨 대표, 넬슨 베넷 국제선교국장 등과 함께 일본기독교방송 대표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일본대표들은 '하이, 소데스까'를 연발하면서 우리 쪽의 말들을 귀담아들어 주었다. 그리고 우리 쪽 대표들은 'Yes, I understand'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했다. 상대방의 말을 공감적으로 경청하면서 진행한 회의는 아주 부드럽게 끝을 맺는다.



2000년 미국생활 40년 만에 한국 대학에서 11년간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 교수회의에 들어가서 겪은 경험은 내가 40년 전 한국 직장에서 겪은 경험을 되살려 주었다. 의장의 발언권도 얻지 않고 상대방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공격을 퍼부었다. 공격받은 교수는 더 큰소리로 응수했다. 회의장은 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어떤 때는 의제와 상관없는 논쟁으로 개인적인 공격이 오가기도 했다. 그동안 경제성장은 세계 1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대화 문화는 석기시대로 퇴보한 것처럼 보였다. 미국 대학에서 경험한 교수회의 풍경과 비교하면서 민족에 따라 대화 문화의 큰 차이가 있음을 실감했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듣고 함께 경험하는 공감적인 경청의 성품은 오랜 세월의 자기 훈련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기서 함께 경험한다는 의미는 나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를 말한다.

'말없이 사람을 움직인다-듣는 힘'이라는 책이 요즘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독서계를 풍미하고 있다. 아가와 사와코라는 일본 작가가 20년 동안 1000여 명의 유명인사를 만나면서 터득한 커뮤니케이션의 지혜인 '듣는 힘'을 직접 체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쓴 책이다. 저자는 남에게 말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는 3년이면 충분했지만, 공감적인 경청을 통해 남의 말을 듣는 방법을 배우는 데는 20년이 걸렸다고 이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저자는 칭찬하는 말로 상대방을 무조건 즐겁게 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조용히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공감하는 반응을 보여주는 태도가 바로 인간관계의 기본이며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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