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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 양극화와 사드 전자파

박성은/신경내과 전문의

요즘 대한민국은 사드(THARD) 배치를 둘러싼 전자파 논란으로 온통 난리다. 수년 전 광우병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것을 생각나게 한다. 양극화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게 돼 마음이 답답하다. 왜 우리는 이런 일들에 대해 극렬한 의견 분열을 자주 보이는 것일까.

우선 생각나는 것은 서로 믿지 못하는 풍토다. 미국 생활을 40여년 하고 나서 느낀 것은 한국인들은 서양인처럼 단순하지 않고 훨씬 복잡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우선 불신의 복선을 깔고 남의 말을 듣는다.

필자의 환자 중 가끔 수술을 하기 위해 외과에 보내야 할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반복 설명을 해야만 한다. 수술의 필요성을 자세하게 설명해도 환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척추수술하면 다리를 못쓰게 된다더라" "전신마취하면 치매가 된다" 등의 전혀 전문적이지 않고, 통계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 수준을 말로 억지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전자파는 미국립암연구소를 비롯한 권위있는 연구진들이 오랫동안 탐구해 왔다. 전자파는 전기가 흐를 때 그 전기의 흐름에 직각 방향으로 방사되는 '자석파동(magnetic wave)'을 말한다. 전자가 직접 방출되는 '전자파(電子波·electron wave)'가 아니고 '전자파(電磁波·electromagnetic wave)'여서 전자는 방출되지 않는다. 물론 그 파동에는 일정한 에너지가 있지만 가전제품들은 물론, 사드나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근처, 고압선 바로 밑에 있는 지역까지 포함한 그외 모든 일상적인 전자파의 접촉이 암(특히 백혈병)이나 만성질환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도 광우병 파동처럼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낭설들을 들고 나와 '전자파 참외'니 '전자파 종양'이니 하며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우리가 MRI를 찍으려고 좁은 공간에 누워 있는 것은 사실 엄청난 전자파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MRI를 수 십 번 이상 찍은 사람들에게서도 질병에 더 잘 걸린다는 증거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특별한 실험을 위해 수십만 배 강도를 높인 특수한 전자파가 아니라면 웬만큼 강한 전자파에 장기적으로 노출돼도 그것이 우리 몸에 약간의 열은 발생시키지만 DNA 속에 있는 분자들간의 결합(특히 이중 결합들)을 자외선처럼 파쇄해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

사드가 배치된 괌이나 사드보다 더 센 전자파를 쏘는 요격 미사이을 배치한 곳에서도 암 발병률이 올라갔다든지 농작물에 피해가 생겼다는 보고는 없다.

한국에서는 불필요한 분쟁이 많다. 세계적인 휴양지인 하와이에 있는 거대한 해군기지를 보면서도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은 반대한다. 반대 목적은 환경보호가 아닌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이다. 이번 사드 소동을 보면서 우리 대한민국이 정보통신 기술의 강국답지 않게 비과학적인 낭설에 휩싸여 지나치게 자주 분열로 치닫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고쳐야 할 것은 아프게 고쳐나가야 하며,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 하지만 좀 더 차분히 토론하고 냉철하게 검토하고 일단 민주적 절차를 통한 결정이 내려지면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진실을 부정하면서까지 개인적인 이익이나 정치적 이념을 위해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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