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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가사 노동과 백지장 맞들기

모니카 류/암방사선과 전문의

'세계 한민족 여성 네트워크' 회의가 한국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렸다. 처음으로 참석해 본 정치적 색깔이 있는 한국 회의였다.

16년 전 여성가족부가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민족 여성들의 네크워크를 구성한 것이 세계 한민족 여성 네트워크의 출발이었다.

서로간의 유대감을 통해 협력을 모색함으로써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이들의 리더십을 통해 한국의 힘을 기르는 것이 창립 목적이었다.

사실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한국 이외에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있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번 회의는 세계 한민족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기 보다는 한국에 사는 여성들이 겪는 일과 가정의 양립, 양성평등 문제 등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회의 중간에 자주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회의가 끝나갈 무렵 한 참석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이 같은 콘퍼런스를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한국 여성의 위상이 뒤떨어져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닌가요?" 회의 순서에서는 한민족의 우수성, 급속한 경제 발전 등을 슬라이드와 강연을 통해 보여주었다.

한국이 물질적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문화적, 도덕적, 정서적, 정신적으로도 선진국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정당한 권리를 찾으려면 여성 각자의 변화가 필요하고 더 나아가 집단이 변화해야 한다. 또한 변화를 성취하려면 시간이 소요되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는 소위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아이들을 낳아 교육시켰다. 이런 나의 눈으로 보았을 때 미국의 변화도 긴 시간과 노력을 통해 이뤄졌다.

나는 수련의 생활을 할 때 두 아이를 낳았고 산후에 바로 직장 인터뷰를 했다. 당시 남편은 출산휴가라는 단어도 몰랐다. 여성이 산후에 충분한 휴식의 권리를 갖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은 시간과 노력 덕분에 이와 관련한 법이 마련돼 시행되고 있다.

나는 글로벌 여성 리더 포럼이라는 프로그램에 정책분야 패널리스트로 초대됐다. 나 이외에 대만에서 온 여성과 한국에 거주하는 여성이 참여해 의견을 나누었다.

발제자는 여러 통계자료를 보여 주었다.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워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만 가정은 일주일에 70% 외식을 한단다. 이런 방식으로 식생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여성이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고 남편도 가사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미국에서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감을 이야기 했다. 부부 한 사람이 벌어서 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들을 데이케어에 보내야만 하는 현실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의견이었다. 아이를 돌보는 것이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고 매사를 내 손으로 해야 하는 완벽주의 사고방식을 떨쳐야 한다고도 말했다.

LA 집으로 돌아오니 석 달 동안의 긴 여름방학 후유증이 딸네 집안에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여름학교에 가서 하루종일을 보내야 했고 엄마는 픽업 계획도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에 높은 수업료도 지불해야만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여자에게만 주어진 무거운 과제가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해당이 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듯이 일과 가정을 모두 잡으려면 부부 사이 공동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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