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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체인절링'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모니카 류/암방사선과 전문의

드디어 다 읽었다. '체인절링(The Changeling)'이라는 동화책을 다음 달이면 8살이 되는 큰 손녀와 함께 읽는데 무려 두 달이 걸렸다. 내가 바쁘다 보니 손녀를 만나는 날이 없을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LA공립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을 기간 내에 돌려 줄 수 없어 세 번이나 반납일을 연장했었다.

이 책은 뉴베리 어워드를 세 번이나 탄 질파 킷틀리 스나이더라는 작가가 1970년에 초판을 낸 책으로 크리스토퍼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독일과 영국에서도 출판된 책인데 작은딸이 초등학교 때 열심히 읽으면서 울기에 나도 읽게 된 책이다. 30여년 전에 받았던 감동과는 달리 2016년에 다시 읽으니 요즘 트렌드에 잘 어울려 보이는 이야기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큰 손녀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였던 모양이었다.

'체인절링'의 의미는 남 모르게 어린아이를 바꿔치거나 어린아이가 바꿔치기 당하는 것을 말한다. 전설적 의미로는 요정이 예쁜 아이와 못나고 멍청한 아이를 바꿔치기 한다는 의미도 있다.

내용은 이렇다. 평범하고 부유한 변호사집의 막내 딸 마르타와 어려서 보지 않아도 될 것들을 보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약간 조숙하고 상상력이 많은 아이비라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외적인 압력으로 가해지는 왕따는 아이비에게만 있지 않았다. 서로의 우정, 신뢰, 배려를 통해 두 꼬마들은 함께 어려움을 이겨 나간다.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 서로를 치유하고 있었다. 둘은 앞에 놓여진 크고 작은 장애물을 넘으면서 내적으로 성숙한다. 갑작스러운 이별 후 각자가 선 자리에서 둘 다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외로운 여정을 잘 해낸다.

다시 만나지 못하지만 편지에서 아이비는 마르타에게 말한다. '내가 체인절링이라는 것은 맞는 이야기야. 세상에는 체인절링이 많아. 아마 너도 체인절링일 거야. 네가 체인절링이라는 것에 놀라지 않아.'

이 동화가 뜻하는 '체인절링'은 육체적인 바꿔치기라기보다 어쩜 요정이 바꾸어 놓고 간 아이들이 주위의 편견을 이겨내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다는 뜻이 아닐까, 내 나름대로 풀이하여 보았다.

책을 끝내면서 손녀에게 물었다. 너도 체인절링이 될 것이냐고. 아이는 "아마…" 하고 답했다. "그럼 할머니도 체인절링일까?" 아이는 끄덕이며 미소지어 주었다. 마르타와 아이비에게는 금방 눈에 띄지 않지만 뜻있는 후원자가 그들에게 있었다는 것을 손녀가 다시 보게 해 주었다.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동생을 믿었고 의견을 줄 수 있었던 솔직했던 마르타의 오빠, 가난하고 무심하고 암담해 보이는 환경 속에 있는 아이비에게 꿈과 창작력을 잃지 않게 해 준 고모가 있었다.

뒤 돌아보면 내가 '체인절링'이 될 수 있었던 것 또한 나를 후원해 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멋진 여성 전문인이 될 수 있다고 그 길을 보게 해 준 큰 오빠, 전화 한 통으로 '빽' 없던 나에게 다른 대학에서 수련의가 될 수 있게 해 주신 외과 교수님이 그들이다. 나는 그 대학병원에서 남편을 만났다. 어쩜 남편은 나를 '체인절링'이 되도록 가장 많이 응원해 온 사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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