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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만한 권력의 끝은 몰락이다

김용현/언론인

지난 주말 짧은 일정으로 뉴욕과 워싱턴을 다녀 왔다. 딸네 집을 방문하는 김에 정권교체기라는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현장의 분위기를 보고 싶어서였다. 때마침 뉴욕 맨해튼에서는 트럼프 당선에 항의하는 일단의 이민자 단체를 만나기도 했고 워싱턴에서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한인들의 대규모 시위가 지나간 끝이라고 했다.

워싱턴DC는 새 주인을 맞이할 준비에 월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곳곳에 도로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통령과 부통령 말고도 민주당 정권 8년 동안 일했던 사람들이 떠나고 새로 교체될 고위직이 무려 4100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 가운데 1579명은 적어도 1월 20일 이전에 이사와야 된다고 하니 워싱턴과 버지니아 등의 부동산 브로커들이 때아닌 호황을 맞게 되었다.

우려 반, 기대 반. 미국인들은 그런 불안한 마음 속에서 그래도 변화를 택했다. 변화는 본시 민주당의 지향점이었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 2기에 들어와서는 변화는커녕 정체의 늪에 빠져들기만 했다. 상·하원을 공화당에 내어준 오바마 대통령은 '담대한 희망'은 진작 던져 버린 채 오직 개인기에만 의존해 클린턴 가문에 신세 갚는 일만 부지런히 하고 있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모든 사회구조인 사회보장 시스템이며 금융 시스템이며 대학교육의 경쟁력이며 이 모든 것들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데도 오바마 정부는 손을 놓고 매사에 '전략적 인내'만 즐기고 있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믿었던 '아메리칸 드림'은 멀어져만 갔고 20년이 넘도록 맛본 권력도 모자라 남편에 이어 기어코 대통령이 되겠다는 힐러리 클린턴의 '미국판 세습제'와 민주당의 보수화에 젊은이들은 절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선거법은 허술하기만 하다. 현직 대통령 부부는 눈만 뜨면 유세장에 나가 '클린턴 대통령 만들기'에 전념하면서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로는커녕 아예 인간 이하로 취급하기까지 했다. 그러면 인간 이하의 상대방에게 패배한 자기네는 무엇인지. 겨우 한다는 이야기가 연방수사국의 수사 때문에 선거에 졌다고 한다. 클린턴은 물론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의 오만은 실로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번 대선은 트럼프의 승리가 아니라 클린턴과 민주당의 패배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중에 만연했던 '트럼프 리스크'를 불식시키고 이제 높은 도덕성과 함께 신뢰감을 얻어야 한다. 당장은 정권 인수과정에서 편협한 아마추어 모습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향후 정책에서는 세계 최강국의 자부심이 회복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 우선주의가 지나쳐 세계를 지배하거나 지구촌의 경찰국가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자만심은 포기해야 한다.

특별히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서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외교적인 방법으로 복귀해야 한다.

미국이 정권교체기를 맞는 동안 한국에서는 중세에나 있을 법한 음습한 국정농단이 끝없이 파헤쳐지고 있었는데 그 모든 중심에 대통령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에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대통령과 그 주변의 인물들이 잠시 참회하는 척 하다가 앞 다투어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만한 권력은 부패하고 부패한 권력은 몰락하기 마련이다. 박 대통령은 하루 빨리 자기의 몽롱한 주술에서 깨어나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 방법만이 실패한 대통령을 넘어 불행한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첩경임을 알아야 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국민을 이기는 권력자는 없다. 세계는 바야흐로 문명사적인 대 변혁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이나 떠나온 땅 한국이나 이 엄청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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