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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규모 시위는 '후진국 현상'

김택규/국제타임스 편집위원

우리는 남미,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의 후진국에서 국가수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군중데모가 자주 발생하는 것을 본다.

그런데 과거 후진국에서 국가수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군중데모가 성공하기는 힘들었다. 왜냐하면 집권자가 물리적으로 집회를 봉쇄하거나 혹은 주모자들을 색출, 체포, 고문, 살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는 문명화됐고 또한 소셜미디어 등 정보전달 수단의 발달로 실시간 정보들이 국내외 모든 사람들에게 쉽게 공유되기 때문에 후진국에서도 대규모의 군중데모가 가능해졌다.

1986년 필리핀 거리의 140만 명 군중 시위대는 부정부패 및 뇌물수수로 지탄받던 마르코스 대통령을 축출시켰다. 2001년의 대규모 데모대는 당시 대통령 에스트라다를 사임시켰다.



2011년 튀니지에서의 대규모 군중 시위는 장기 독재자 지네 엘 아비다네 벤알리를 쫓아냈다. 그 재스민 혁명은 이집트, 예멘, 알제리, 시리아, 바레인 등으로 확산되면서 소위 '아랍의 봄'을 촉발시켰다. 모두 후진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군중 데모가 국가수반을 축출시킨 사례들이다.

후진국들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군중 데모가 국가수반을 퇴진시키는 방법으로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나라의 공권력이 법적인 절차가 아닌 독재자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대통령이 심각하게 법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대규모 군중 집회 등의 방법으로 국가수반을 퇴진시키지는 않는다. 법적인 절차에 의해 처리한다. 대표적인 것이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 경우다. 닉슨은 탄핵안이 상하원에서 통과 가능 상황에 이르자 스스로 사임했다. 빌 클린턴은 르윈스키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상원에서는 부결돼 사임은 면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중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될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국회가 탄핵절차를 추진하지 않았고 또 대통령이 자진 사임도 하지 않으니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난 것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세계 경제 10위권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국가수반 퇴진을 위해 왜 국민들이 추운 날씨에 촛불을 들고 대규모로 집회를 해야 하는가.

한국이 아프리카의 튀니지나 필리핀 수준의 후진국인가?

이웃 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서의 100만 대규모 촛불시위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언제 박 대통령이 퇴진할 것인가라고 질문할 때 좀 창피하다고 느끼는 것은 나 혼자만일까.

이제 국회에서 탄핵안 소추가 발의되고 통과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 이상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민주국가의 시민답게 국회에서의 탄핵 절차를 지켜보면서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성숙한 민주시민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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