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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정치와 재벌, 새로 태어나야

나광수/투미 대표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서 한 참고인이 흥미로운 증언을 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재벌그룹은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똑같아서 한마디 말을 거역하면 확실한 응징을 한다."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는 의견보고서를 낸, 전 한화투자증권의 대표이사가 재벌기업들의 미움을 사 대표이사직을 연임 못한 데 대한 증언을 하면서 나온 말이다.

정치는 그것보다 더하다. 조폭세계와 정치세계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부패권력은 뒤집으면 거대한 조폭세계가 되는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들어다보면 그 모습이 여실히 보인다. 조폭이 몇몇 부하에 의지해 음습한 곳에서 일을 꾸미듯 부패한 권력은 은밀히 비선실세에 의존해 국정을 농단한다.

조폭은 조직의 운영자금을 위해 보호세 명목으로 활동지역의 상점, 노점상, 유흥주점에서 돈을 갈취한다.



만약 말을 안 들으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러 응징한다. 권력자는 모양만 달랐지 양단자 깔린 권력자 집무실에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차를 대접하며 점잖은 말로 돈을 요구한다. 답례로 권력자는 돈을 갖다 바친 기업들에게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해결해준다. 만약 기업이 불응하면 세무감사, 기업체 인허가를 불허함으로써 보복을 감행한다.

조폭 두목은 조직의 안이나 밖에서 눈밖에 난 인물이 있으면 해결사를 보내 처리한다. 권력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가가 있으면 자신의 충실한 부하에게 지시하여 그 사람을 그 직에서 쫓아낸다.

권력이 사유화가 되었을 때 국가권력이 조폭 수준이 됨을 우리는 이번에 최순실 사태에서 똑똑히 보았다.

권력의 조폭화는 이전의 정권들에서도 우리는 익히 경험한 바가 있다.

3공화국의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대통령 명을 거역한 여당 국회의원들을 중앙정보부로 데려가 무자비하게 구타해서 길을 들였다. 4공화국 유신 시절에는 법이 워낙 살벌해 국민과 기업, 정치인들이 숨 죽이며 살았다. 5공화국 때는 어느 재벌기업이 대통령에게 고분고분 돈을 갖다 바치지 않았다가 공중분해된 일도 있었다.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세상은 변했는데 대통령은 구시대의 정치를 그대로 답습해 이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 국가의 온전한 시스템을 놔두고 비선실세, 문고리 3인방, 비전문적인 일개 민간인에게 권력을 휘두르게 하는 등 비정상적인 정치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조직에 의지하여 정치를 해온 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그의 아버지의 밑에서 영부인 역할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스타일이 몸에 배어서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자꾸 들기 때문이다.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났듯이 한국의 정치와 재벌기업들은 질서를 지키며 평화적으로 촛불시위를 한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

정치는 삼류고 재벌은 권력자나 실세에 붙어 돈을 바치고 혜택을 얻으려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아직도 단단히 붙잡고 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치와 재벌기업들은 뼈아프게 반성하여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국가권력이 조폭화되는 일을 이번 사태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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