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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겨울비 단상

봄이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며칠을 이어 뿌려준 겨울비가 고맙다. 아차 하고 뒷마당으로 나왔다. 재작년인가 뿌려준 비만 생각하고 나무에 물주기를 잊었었다. 말 없는 나무들의 잎이 처져있다. 화분에 심어진 나무 열 그루쯤이 말라버렸다.

하늘이 가을철처럼 푸르고 높다. 마당으로 눈을 돌리니 나무들이 봄을 앞당겨 놓고 으스댄다. 작고 야무진 꽃봉오리를 조롱조롱 매단 명자나무가 손짓한다. 꽃이 예뻐서 매화려니 하고 몇 그루를 화분에 심어놓았는데 새빨간 꽃이 사뭇 정열적이고 앙증맞다.

세련되지 못한 이름이 마음에 걸려 이리저리 찾아보니 명자나무는 꽃이 매화보다 더 예뻐서 아가씨꽃, 산당화, 목과(木瓜 )라는 별명이 있고 그 열매는 중풍에 좋고 보혈·건위 작용이 있는 훌륭한 약재라 한다.

초등학교 때 반에서 수다를 도맡아 하다 선생님에게 야단도 많이 맞았던 그 명자가 꽃나무에 오버랩된다. 장미과(Rosacease)에 속하는 명자나무(Chaenomeles)는 까다롭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키우기 알맞은 나무다. 세 그루는 멀리 있는 친지들에게 분양되어 시집을 갔는데 해마다 봄이면 꽃 소식을 들려주곤 한다. 화분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은 한여름 뙤약볕에 견디기 힘들어 한다.



반그늘에 두고 매일 물을 주어야 하는 정성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고 있다. 겨울비 덕분에 촉촉히 젖은 대지에서 생명력이 꿈틀댄다. 비가 오고, 대지가 숨을 쉬고, 꽃봉오리가 열리는 자연의 위대함을 보면서 새삼 인간세상의 풍진을 읽는다.

지상문·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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