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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불체 청소년들의 희망가

이동근/시애틀지사 편집국장

오래전 시애틀에 살았던 어느 한인이 요즘 생각난다. 가족이 있는 그는 항상 집에서 학교와 일터로 갈 뿐 그 외에는 전혀 다른 곳에 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서류미비자여서 운전하다가 단속되어 불체자라는 것이 밝혀지면 추방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시애틀에 있던 그의 친척이 놀러갔다가 검문소에서 이민국에 단속돼 가족이 모두 추방된 쓰라린 경험이 있었다.

당시 2011년에 이민세관국(ICE)은 캐나다 국경뿐만 아니라 검문소를 아나코테스 페리 터미널 20번 도로 올림픽 페닌슐라 101번 도로 후드 캐널 부교 인근 등에 설치하고 차량을 검문해 조사했다. 결국 그 같은 염려 속에 오랜 미국생활을 했던 그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젠 밤잠 설치던 추방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잘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서류미비자들의 추방 우려는 지금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가 염려했던 것처럼 지난 2월 초 타코마 5번 프리웨이에서 교통사고 피해를 당한 멕시칸 서류 미비자를 워싱턴주 패트롤 경찰이 ICE에 통보해 구금된 후 추방위기에 놓여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운전자들의 이민 신분을 조사하지 않고 ICE와 협조도 하지 않는다는 워싱턴주 경찰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시애틀 경찰 등 이 지역 경찰들도 이민 신분을 조회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강조했는데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또 하나 충격은 ICE가 시애틀에서 미국 처음으로 청소년 추방 유예조치(DAKA) 프로그램 수혜자인 23세 멕시칸 남자까지 그의 집으로 가서 체포한 것이다.

DAKA는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16세 미만에 미국으로 부모와 함께 불법 입국한 청소년들의 추방을 유예하고 노동허가까지 해주고 있다. 한인 1만8000여 명 등 현재 75만 명이 추방유예 수혜자 자격을 갖고 미국에 살고 있다.

DAKA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시행하고 있는데 그가 갱단원이라는 명목으로 체포했으니 100% 안심할 것도 아니다. 최근 잇따라 시애틀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서류미비자 체포와 구금 추방은 서류미비자 300만 명 추방을 공약한 트럼프의 취임 후 전개된 대규모 작전이다. 이번 단속을 통해 전국에서 1000여 명이 체포됐다고 하나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애틀 지역에도 서류미비 이민자들이 15만 명이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전체 인구의 4%이다. 이들을 모두 구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DAKA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청소년들 수만 명에게 미국에서 일하고 살 수 있으며 학교에 가고 가족을 키울 수 있는 희망과 꿈의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추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더구나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것은 국가에 대한 신뢰 문제다. DAKA 청소년들은 이미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일하고 있어 앞으로 미국을 위해서도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의 가정을 깨고 오히려 낯선 태어난 나라에 추방시키는 것은 그들의 인권과 희망을 짓밟고 헌법에도 위배되는 조치이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매일 직장에 가거나 여행을 가더라도 아무런 두려움 없이 법의 보호를 받으며 미국 생활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서류 미비자들은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다는 시애틀 지역에서조차 하루하루를 체포당하고 추방당하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자유의 나라이며 기회의 나라인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이러한 추방 공포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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