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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기도하는 환자

모니카 류/방사선 암전문의

"'이 친구, 돌팔이 아니야?' 하는 분심이 들면서 겁이 왈칵 났어." 의사인 친구가 말했다. 그가 라식 수술을 하러 간 날 안과의사가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을 때 불안했다고 했다. 집도 의사는 나의 친구가 의사인 줄 알고 있던 터였다.

주치의가 진찰이나 시술 전에 환자에게 함께 기도하자 한다면 환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전능하신 창조자의 능력에 의지한다는 발제자의 뜻과 달리 불안감을 초래 할 수 있는 빌미를 준다. 뭐라 꼭 짚을 수 없는 불안은 의사의 실력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된다.

때로 환자들은 '선생님을 위해서 기도하고 싶습니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 '고맙습니다. 나는 특별한 은총이 필요한 사람입니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당신의 하느님께서 당신의 기도를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이것은 진심이다.

지난달 폐암 4기의 환자가 의뢰되어 왔다. 진찰을 끝내고 치료 계획을 말해주기 위해 진찰실에서 콘퍼런스 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콘퍼런스 룸은 작은 거실이다. 사무적인 분위기가 아니고 편안한 자세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환자는 아프리카 콩고 출신으로 절실한 개신교 신자였고 전교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를 간다고 했다. 그녀는 칵테일 테이블을 가로질러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두 손을 잡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와 기도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내가 가톨릭 신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터었다.

검고 거친 그녀의 손. 그녀는 눈을 감았다. 자신이 읊는 성서 구절을 그대로 따라서 외우라고 말했다.

며칠 뒤, 나에게 자궁경부암 접근치료를 해 주어야 할 다른 환자가 의뢰되어 왔다. 이 환자는 깡마른 백인 할머니였다. 그녀는 타임아웃이 끝나자 기도하고 싶은데 괜찮으냐고 물었다. 물론 나는 그리해도 된다고 허락했다. 그녀는 큰 소리로 병의 완치와 집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의 축복을 빌었다. 기도 끝에 나는 그녀를 따라 소리내어 '아~멘' 했다. 옆의 간호사도, 물리학자도 '아멘' 했다.

'타임아웃'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잠시 짚고 지나간다. 병원에서 환자를 다룰 때 '타임아웃' 과정은 참으로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 하는 부분이다. 병원에서는 모든 하던 일을 멈추고 당면한 환자에 대한 사항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생년월일은요? ID 넘버는요? 오늘 왜 여기에 있는지 말씀해 보세요'라고 환자에게 묻고 확인하는 시간이 '타임아웃'이다.

기도를 요구하는 환자들을 경험하고 동료 의사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했다. 콘퍼런스에서 짧은 설문조사를 해봤다. 내 동료 의사들은 의사가 기도 발의를 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환자가 원할 때는 종교가 나와 다르더라도 응해주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기도는 꼭 음성으로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느님은 옹졸한 분이 아니시라는 것이 내 개인의 생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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