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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못지킬 공약 버려야 성공한 대통령 된다

김동호/논설위원

언젠가 사람들에게 이런 청구서가 날아올 수도 있다. 명칭은 '공약 이행을 위한 대국민 비용 청구서'쯤 될 것이다. 일자리 확대를 비롯해 190개 공약의 청구 내역에 놀랄 사람이 많다.

우선 얼마가 필요한지부터 확인해보자. 새 정부가 약속한 공공 일자리 81만 개에 4조2000억원, 교육비 지원에 5조6000억원,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에 2조5000억원, 국방·기타에 4조6000억원이 청구된다. 메인 요리에 해당하는 저출산·고령화 극복, 주거복지, 사회안전망 강화 등 복지 지원에는 18조7000억원이 청구된다.

모두 합쳐 연평균 35조6000억원이고, 5년간 총액은 178조원이다. 청년 일자리와 각종 수당이 늘어나는 대가다. 그런데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은 어차피 내가 부담할 일은 없을 테고, 대기업이나 소득계층 상위 부유층 몫이라 여겼다면 오산이다. 기존 나라 살림 외에 178조원을 추가로 마련하려면 전 국민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재원 조달은 크게 두 개 기둥에 의존한다.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개혁으로 112조원, 세법 개정과 탈루 세원 차단 같은 세입개혁으로 66조원 등 모두 178조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둘 다 쉬운 일은 아니다. 재정개혁은 윗돌 빼 아랫돌 괴는 식으로 씀씀이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기 쉬운데 뜻대로 되기는 어렵다. 2012년 대선을 통해 덜컥 도입된 3~5세 아동의 누리예산 4조원도 만들어내지 못해 지난 4년 내내 여야가 혈투를 벌였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2009년 자민당을 쫓아내고 집권했던 민주당 역시 재정개혁을 내걸었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해 결국 정권까지 내주고 말았다.

결국 화살은 대기업과 고소득 자영업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과표 500억원 이상 법인에 대해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려 18조2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침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으니 법인세를 올려도 감당할 만할 것이다. 하지만 과표 500억원 이상 기업에는 중견기업도 적지 않다. 세금을 늘리는 만큼 투자와 고용 여력이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세수가 늘어나기는커녕 자연 증가하던 기존 세수까지 위축될 수 있다. 올해 예산은 400조5000억원으로 문재인 정부는 그간 3.5%였던 예산 증가율을 7%로 늘린다고 했다. 초과세수가 계속 걷히고 불용예산도 10조원 안팎에 이르니 예산을 늘려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초과세수가 계속 걷힌다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가만히 있어도 복지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있다. 올해 예산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130조원이 고용을 포함한 복지예산이다. 그냥 있어도 베이비부머가 모두 65세가 되는 10년 후에는 복지비용이 지금의 배로 불어나게 돼 있다. 여기에 더해 5년간 178조원의 공약을 이행하면 한국은 짐을 가득 싣고 강을 건너는 당나귀의 운명이 될 수밖에 없다. 솜털 하나만 더 올리면 바로 주저앉는 부채대국이 되면서다.

그나마 178조원이라고 했으니 다행이다. 홍준표 후보는 밝히지도 않았고, 안철수 후보의 청구서는 5년간 200조원, 유승민 후보는 208조원, 심상정 후보는 550조원에 달한다. 다른 후보들 주문대로 했으면 한국은 수치상으론 1950년대 아르헨티나, 2010년 그리스, 올해 베네수엘라처럼 재정파탄 대열에 직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의 새 정부는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 공약을 했지만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고 솔직해져야 한다. 국민에게도 소득세 면세자 축소, 부가가치세율 인상의 필요성을 설명해 공짜 점심이 없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국민도 복지를 원하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실행 가능성을 높이고 성공하는 대통령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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