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J네트워크] 트럼프와 FTA, 한인 봉제업을 보라

김 종 훈 / 뉴욕중앙일보 야간제작팀장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전혀 다른 두 후보가 한 가지 이슈에만 같은 입장을 보였다. 당시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반대했다.

샌더스와 트럼프가 함께 TTP에 반대했지만 이유는 달랐다. 샌더스는 국제자유무역협정(FTA)들이 대기업과 자본가들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이용되고 미국을 비롯 협정국 서민들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준다는 주장이었다. 트럼프는 미국이 불평등한 협정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달랐다. 트럼프의 주장은 미국 대기업과 자본가들의 이익이 더 확보돼야 한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집권 뒤 정책을 보면 거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란 결국 '미국 부자 우선주의'로 여겨진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요구도 결국 '미국 부자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진행될 것 같다. 미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더 많은 이익을 얻겠다는 속셈 같다. 재협상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트럼프 행정부의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한국을 잘 아는 월가 사람이다. 그는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을 싼값에 인수, 구조조정을 거쳐 되팔며 큰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파산의 왕'으로 불린다. 그는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다른 장관들처럼 억만장자다. 그가 엄청난 돈을 번 곳 중 하나가 한국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이른바 'IMF 사태' 겪게 된 한국에 드나들며 망한 기업의 구조조정과 해외 매각에 나서 '한탕'을 했다. 이후 사모펀드를 차려 한국 경제를 주물럭거렸다. 이번 한·미 FTA 재협상에서도 어떻게 또 '한탕'을 할지 머리를 굴릴 것 같다.

한·미 FTA에 앞서 트럼프가 재협상을 공약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실제로 서민들에게 큰 아픔을 줬다. 그 피해를 한인사회도 고스란히 당했다. NAFTA 협정으로 미국의 의류 기업들은 하청 공장들을 인건비가 싼 멕시코로 대거 이전했다. 그 바람에 뉴욕 한인 봉제업계는 초토화됐다. 대형 은행들은 '망하게 놔두기엔 너무 크다(Too Big to Fall)'고 살려주지만 영세업체들은 그냥 망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1995년 NAFTA가 발효된 뒤 700여 개에 달했던 한인 봉제업체는 2000년대 초 60여 개로 줄었다. NAFTA는 '러스트벨트'로 불리는 중서부·북동부 지역 자동차·철강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수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고 대규모 실업 사태를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이를 지적하며 공장들이 미국에 되돌아오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공약은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는 NAFTA 대신 한·미 FTA 재협상을 먼저 들고 나왔다. 공장, 일자리와 별 관계가 없는 한·미 FTA 재협상을 먼저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는 한·미 FTA 때문에도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일자리를 더 만들었고, 현지 고용도 늘었다는 분석이 많다.

FTA의 기본 틀은 언제나 값싼 노동력의 확보와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이다. 사람은 이동하지 못하게 묶어두고 자본만 움직이면서 돈이 돈을 불린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이민정책으로 외국인의 유입을 막는다. 그리고 미국의 대자본이 다른 나라를 휘젓고 다니며 극소수의 부자들이 돈을 더 많이 벌게 만드는 재협상을 악착같이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FTA란 본래 그런 것이고, 트럼프는 이 원칙에 더욱 충실할 사람처럼 보인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