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커뮤니티 광장] 다시 시니어센터 봉사를 하면서

이영송/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 이사장

초등학교 일학년 시절 친구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예배당에 가서 주일학교 교사에게 들은 구약 창세기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태초에 하나님이 흙으로 인간을 지었다는 것과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게 여겨져 아담의 옆구리에서 갈비뼈를 취해 여자를 만들었다는 교사의 희한한(?) 말씀이었다. 또한 인류의 시조는 아담과 하와이고 하와는 모든 산 자들의 어머니가 되었다는 말씀이다.

한 남자의 일생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숙명적으로 두 여인과의 관계로 삶이 시작되고 끝난다고 생각된다. 첫번째 여인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명을 주신 '어머니'라는 여인이고 다음엔 자신의 이성적 판단력과 의지로 선택한 두번째 여인과 일생을 약속한다.

의심이 많던 중학교 시절 전지전능 하신 창조주께서 왜 아담과 하와 두 사람만 창조하셨는지에 대한 의문과 아쉬움을 느꼈다. 만일 하나님이 필요할 때마다 정직한 인간을 하나씩 만들었다면 지금처럼 나쁜 사람은 태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어리석은 생각은 철이 들면서 어머니를 통해 그 궁금증이 풀렸다.



하루는 중학교 입시를 위해 과외수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데 오한이 나고 몸이 떨려 체온이 40도를 넘어 집에 오자마자 혼수상태에 빠졌다. 의사인 아버지는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아도 깨어나지 못하자 답답한 심정에서 대전지방에서 유명하다는 의사는 다 불러 진맥과 치료를 했지만 하루가 지나도 깨어나지 못했다. 형님은 6.25 전쟁 당시 국군의 신분으로 낙동강 전투에서 전사하셨고 하나 남은 막내아들마저 잃어버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독교인이 아닌 어머니는 목사님과 전도사님을 모셔다 예배를 보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고열로 펄펄끊는 내 이마에 손을 얹으시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진정 하나님이 계신다면 제 처지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는 살만큼 살았으니 나를 데려 가시고 아들을 살려 주십시요" 하고 통곡을 하셨다고 한다. 얼마 후에 내 얼굴에 떨어지는 어머니의 뜨거운 눈물에 자극이 되었는지 약효 때문인지 아니면 어머니의 간절한 소원이 하나님께 전달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살아났다.

나는 인생의 황금기인 중반과 후반을 함께 지내고 1년 전에 두번째 여인도 떠나 보내고 혼자가 되었다. 인생의 후반에 많은 것을 경험하고 나니 어려서 이해하지 못한 참뜻 하와라는 '모든 산 자의 어머니'를 창조주께서 만들어 주신 참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삶의 처음과 끝이라고 생각한 두 여인의 상실 앞에 잃은 것에 대한 상실감으로 인생을 포기하기에는 인간의 수명이 너무 길어졌다. 어머니에 다하지 못한 불효의 응어리 떠난 안사람에 대한 회한과 못다한 사랑의 애잔함이 남은 삶의 언저리에서 큰 짐으로 남지만 사랑의 대상이 가족이라는 한정된 사고에서 넓은 세상으로 확대 승화될 수 있다면 남은 인생이 황홀하고 의미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인타운 시니어 커뮤니티 센터 이사장을 다시 맡은 것도 그런 뜻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