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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드리머의 'DACA'와 트럼프의 'MAGA'

"우리가 정말 베네수엘라보다 못한 걸까." 한달 쯤 뒤 한국 언론에 보도될 성 싶은 기사 내용이다. 하필이면 왜 남미의 그런 나라와 비교할까 궁금증이 들만도 하겠다.

유고 차베스가 집권할 때만 해도 오일달러를 무기로 반미의 선봉에 선 나라가 베네수엘라 아닌가. 미국의 속을 그렇게 썩이더니만 지금은 석유값이 곤두박질 치는 바람에 나라 곳간이 거의 거덜난 상태다.

대체 세계 12위의 경제강국인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에 뒤처진 분야가 뭐길래. 딱 하나 있다. 노벨 과학상 만큼은 한국보다 한 수 위다. 노벨 생리 의학상 수상자를 냈으니 하는 얘기다. 그것도 거의 40년 전에. 수상자는 바루이 베나세라프. 일찌감치 미국에 이민와 학문에 정진한 결과 꿈을 이뤘다. 매년 10월은 노벨상의 달이다. 수상자를 내겠다며 최첨단 시설의 연구소를 차려줬는데도 아직. 이래저래 10월은 한국에겐 잔인한 달이다.

지난해는 미국의 정체성을 여과없이 보여준 사례로 기억될 만하다. 5명의 수상자 가운데 출생시민은 반전가수 밥 딜런(문학상) 뿐 나머지는 죄다 외국 출생이어서다. 미국의 역대 수상자는 무려 364명. 이 중 이민자는 35%나 된다.



'여럿이 모여 하나(from many, one)'라는 미국의 건국이념이 노벨상에도 들어맞다니. 다양한 인종과 출생 배경이 모여 하나의 미국을 빚어낸 것이다. 그런데 왜 미국으로 몰릴까. 답은 대학의 질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톱 10 대학 가운데 미국은 여덟 곳이나 된다. 하버드, 컬럼비아, 버클리, 스탠퍼드, MIT, 시카고, 예일, 코넬 등. 학문에 뜻을 뒀다면 미국에 와야 꽃을 피우지 않겠는가. 앞서 베네수엘라의 수상자도 컬럼비아에 유학와 '하늘의 별'을 땄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라는 중국의 노벨 성적표를 살펴보자. 전체 수상자는 6명,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과학 분야 수상은 단 2명. 이런 나라가 미국과 세계패권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이겠다고 나서 황당할 따름이다.

사실 노벨상은 보통사람들과는 거리가 멀고. 돈 얘기로 화제를 돌려보자. 미국의 500대 기업 중 거의 절반은 이민자 또는 그 자녀들이 창업했다.

이 중 얀 쿰 만큼 실리콘밸리에서 회자되는 인물도 드물다. 16살 때 엄마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떠나 무작정 미국 땅을 밟았다. 불체자 신분이었는데도 꿈을 잃지 않은 것. 그가 세운 스타트업 회사 왓츠앱이 페이스북에 220억 달러에 팔렸으니. 쿰이야 말로 '두 드림(Do Dream), 이른바 꿈을 꾸고 이를 실행에 옮긴 전형적인 케이스다. 만일 미국이 그를 추방했더라면 어찌 됐을지.

쿰처럼 어릴 적 부모를 따라 불법입국해 학교 또는 직장에 다니는 젊은이들이 80만 명을 헤아린다. 이들의 추방을 유예해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DACA'다. 보도에 따르면 한인 수혜자도 거의 2만 명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결정해 대부분 추방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DACA 청년들은 미국의 소중한 자산이자 미래다. 그런 '드리머'에게서 꿈을 빼앗는다면 그건 죄악이나 다름없다. 누가 알겠는가. 이들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지, 아니면 쿰과 같은 천재 기업인이 배출될지.

솔직히 DACA 폐지는 트럼프의 집권 캐치프레이즈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에도 배치된다. 트럼프가 시도 때도 없이 외쳐대 요즘은 첫 글자를 따 아예 MAGA라 부른다. 미국이 진정 MAGA를 원한다면 DACA야 말로 그 출발점인데.


박용필 /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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