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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세종 대통령'의 드림 내각

이 보 영 / LA평통 국제협력분과위원장

6·25 전쟁 때 압록강을 건너 내려오는 중공군에게 원폭을 사용했더라면, 또는 미국 남북전쟁에서 남군이 승리했더라면, 독일의 히틀러가 2차대전에서 승리했더라면 현실은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에 가정(만약)이란 없다"고 하지만, 문학에는 '대체역사(Alternative History)'라는 장르가 있다. 작가는 자기의 상상력으로 소설 속에서 가상세계와 현실을 마음대로 조명하면서 흥미롭게 그려낼 수 있다. 이를테면,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대체역사를 사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세종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다'는 작년에 작고한 역사소설가 신봉승 씨가 발간했던 소설책 이름이다. 그는 긴 세월 동안 장편 대하소설 '조선왕조 오백년'(전 48권)을 썼고 그 극본의 MBC 사극 드라마는 장장 8년간(1983~1990년) 온 나라의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이게 했던 인기 극작가였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 갈 정치가의 표상을 제시하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가난하고 빈곤했던 조선왕조가 500년 간이나 왕권을 유지하면서 통일 조선을 이끌었던 힘은 "임금을 중심으로 근본과 양식을 지닌 지식인들이 나라를 경영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분석하고 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27명의 임금과 약 600~700명의 고위 공직자들은 '명심보감', '소학', '통감', '사서오경' 등을 몸에 배도록 통달하여 인문학의 근본과 식견을 지닌 지식인들이었기에 조선은 오랜 기간 예(禮)와 근본(根本)이 살아있는 나라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책 속에는 식견을 갖춘 조선의 명현들이 나라를 이끌어 갈 장관·국회의원·법조인 등 행정·입법·사법부의 정치 참모들에게 통용되는 기준과 혜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저자는 한국의 현실 정치에 조선왕조 때의 인물들을 대체해 보는 실험을 감행했다.

대통령직엔 세종. 그가 성군이었으니 수긍이 간다. 하지만 국무총리직엔 세종 치세 때의 황희 정승이 아니라 선조, 광해군, 인조의 3대에 걸쳐 영의정을 지낸 오리 이원익을 임명했다. 기획재정부에는 퇴계 이황, 행정안전부엔 율곡 이이, 지식경제부엔 다산 정약용, 외교통상부엔 개화 승려 이동인을 채용하고 검찰총장은 정암 조광조, 감사원장에는 남영 조식 등을 선택했다.

저자는 약 30여 년간 조선왕조 역사를 연구와 고증으로 탐사하면서 '조선왕조실록'을 꿰뚫었으니 당시의 각 인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식견이 있을 터. 따라서 현실정치의 적재적소에 배치한 실험에 믿음이 간다.

한 역사문학 작가가 그 옛날 조선왕조의 선현들을 불러내어 현실정치에 대입해 만들어 본 소설 속의 정부에 드림팀의 조각(組閣)을 꾸며 본 내용을 읽으면서 아직도 미완성 단계인 현 문재인 정부의 참모들에게 유익한 본보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 임금은 한글 창제에도 역사적 가치를 남겼지만 신하들을 가려서 거느릴 줄 알았던 탁월한 지도자였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그 조직을 운영하는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명분과 코드로 선택된 인사는 만사가 아니라 망사(亡事)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삼국을 통일한 조조는 "난세에는 도덕성보다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인재관을 가졌다. 그래서 흰 고양이든 흑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인재관이 중국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지금 인재가 없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인재를 볼 줄 아는 식견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을 한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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