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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모세가 실패한 지도자인 이유

신이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들에게 주겠다고 했다는 '약속의 땅(Promised Land)'. 가나안이 바로 그 곳이다. 젖과 꿀이 흐른다는.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사는 그러나 결코 순탄치 않았다. 모세도, 여호수아도 대업을 눈 앞에 두고 세상을 떠났지 않은가.

'약속의 땅'은 두 영웅이 역사에서 사라진 뒤 의외로 쉽게 이스라엘 수중에 떨어진다. 두 지파, 곧 유다와 시므온이 힘을 합친 결과다. 연합군이 격파한 적은 무려 1만여 명. 구약의 판관기(사사기)에 그렇게 쓰여져 있다. 과장이 좀 됐겠으나 어쨌든 당시 인구로 봐선 엄청난 숫자다.

최대의 전과는 폭군으로 악명을 떨쳤던 아도니베젝의 생포다. 성경엔 그의 탄식이 전해져 내려온다. "내가 엄지 손가락과 엄지 발가락을 자르고, 내 상 밑에서 부스러기를 주워 먹게 한 왕이 70여 명이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를 '악의 축'이라 부를 만하지 않을까.

군사 전문가들은 유다와 시므온의 연합을 인류 최초의 동맹으로 간주한다. 그 때가 기원 전 12세기 무렵. 이후 동맹은 모든 전쟁의 키워드가 되다시피 했다. 제1, 2차 세계대전도 마찬가지.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을 동맹으로 끌어들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요즘의 동맹은 집단안보의 성격을 띤다. 유럽이 지난 70년 동안 전쟁의 공포없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덕분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폴란드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지정학적 위치는 우리보다 훨씬 열악하다. 한반도와 일본 사이엔 현해탄이라도 있지만 폴란드는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끼어 있어 늘 이리 찢기고 저리 찢겼다. 그런데 나토에 가입하고 나서부터는 두 발을 편히 뻗고 잘 수 있게 된 것. 회원국이 공격을 당하면 나토 전체에 대한 선전포고로 여긴다고 했으니 누가 감히 폴란드를 욕심내겠는가.

나토 최고사령관은 지금도, 앞으로도 항상 미국 몫이다. 유럽의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지 싶다. 그렇다고 나토 회원국 29개 나라가 모두 친미 성향만은 아니다. 그리스와 터키는 대놓고 반미를 외친다. 그래도 나토를 깬다는 말이 안 나온다. 왜? 미국의 우산 아래 있는 게 아무래도 제일 안전하니까.

"동맹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근 청와대 특보 한 분이 한 얘기다. 물론 전쟁이 나서는 안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라지만 동맹을 함부로 입에 올리다니.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북의 불바다, 핵 협박에도 무덤덤해진 것도 따지고 보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은 아닐지. 동맹이 든든히 뒤를 받쳐주고 있어서다.

눈을 한 번 아시아로 돌려보자. 중국의 주변국들 역시 대부분 미국과 동맹 내지는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과 일본, 필리핀은 상호방위조약으로 묶여있고, 호주는 영국과 함께 '아메리카의 푸들'로 불릴 정도다. 워싱턴의 '애완견'이라는 비아냥이다.

인도와 베트남은 또 어떻고. 중국과 드러내놓고 적대관계다. '군사궐기'를 내세워 미국과 패권을 다툴 요량이지만 지도를 찬찬히 살펴보면 중국은 거의 포위된 상태다.

동맹은 작은 나라들에겐 생존을 보장해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은들 안보에 틈이 생기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음달 7일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이번엔 국회 연설도 예정돼 있어 그만큼 한국의 위상을 인정해주는 것일 터.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 트럼프의 방문이 동맹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박용필 /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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