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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막내 후배의 안타까운 한국행

박문규/LA평통위원

남가주 ROTC 협의회의 막내인 이주호 군은 금년에 LA에서 처음 나와 만나게 되었는데 나보다 45년이나 임관이 늦은 후배다. 몇달 전 모임에서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사는 곳이 오렌지 카운티로 내 사무실과 가까웠다.

막내라 으레 작아 보이게 되지만 실제로 몸이 약한 것 같고 외로워 보여 선배로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조용히 한 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혼자 J비자로 입국해 2년 정도 이곳에 머물 수 있다고 했다.

J비자는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로 한국인이 오너인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이곳에 정착할 수 있는지 궁리 중이라고 했다.

헤어졌지만 그가 늘 신경 쓰였다. 여러 사람이 사는 집에서 방 하나를 얻어 혼자 밥을 해 먹으며 공동 샤워장을 쓴다는데 잘 지내는지. 이민국 변호사인 지인과 통화를 해보았는데 J비자는 다른 비자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며 이곳에 오래 머물려면 한국에 나가 비자를 바꾸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개인 변호사와 상담할 수도 있겠지만 원칙적으로는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혹시나 그에게 위로가 될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을까 싶어 한인 이민 변호사를 직접 한 번 만나 상담할 수 있도록 알선해 주었다. 변호사 비용은 전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막내는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었으며 2주 후에 한국으로 떠난다는 말을 했다. 나는 깜짝 놀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자며 귀국 1주일을 앞둔 어느 날 우리 오피스 부근 식당에서 만났다.

직장이 마음에 안 들어 지난주에 직장을 그만두고 귀국할 때까지 도서관에 나가 밤이 되도록 책을 읽곤 한다며 다른 곳으로 옮길까 고심하던 중 일단 한국에 나가서 다른 비자로 이곳으로 나오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내가 소개해 준 변호사는 만났느냐고 물었더니 곧 만나고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아마 너무 바빠 나에게 전화도 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떠났거나 아니면 아예 만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사실대로 알려주지 않았으면 더 오래 이곳에 머물며 여러 방법을 강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내 말을 듣고 일찍 바로 떠났나 싶어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없다.

막내 주호야, 문득문득 네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곳에서 직장을 구했는지도 궁금하다. 한국에서 직장 구하는 것이 힘들다는 기사가 나오던데 어디 있든지 늘 건강하고 서둘지 말고 차분히 앞날을 설계하렴. 희망을 가지고 이곳에 올 때 품었던 큰 포부를 잊지 말고 성실히 묵묵히 앞날을 바라보며 어려움을 잘 헤쳐나가기를 바란다.

영어 공부도 미리미리 열심히 하렴. 그렇게 훌쩍 떠나기 전 나에게 진솔하게 네 마음을 이야기라도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곳 미국에 다시 들어오거든 서슴지 말고 전화하고.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의심치 않으니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늘 같이 있기를 바란다.

사랑해, 막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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