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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기독교 먹칠하는 교회 세습

나광수/시사 기고가

올해는 마틴 루터가 불을 당긴 종교개혁 500주년 되는 해라 뜻깊은 해인데, 한국의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워 종교개혁의 의미가 한층 더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한국 개신교계의 부자세습 문제는 널리 행해져서 새삼 주의를 끌 것도 없지만, 명성교회를 세운 김삼환 목사와 아들 김하나 목사가 공개석상에서 세습은 하지 않겠다고 수차 공표해온 터여서 더욱 세상의 관심을 끈다.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의 담임이 되기까지 명성교회가 행한 방식은 매우 치밀하고 세속적이었다.

세습을 금지한 교단법을 피하고자 아들에게 교회를 하나 차려주었다. 그런 다음 김삼환 목사가 세운 명성교회와 아들이 담임목사로 있는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을 단행했다. 회사 간의 합병같이 결국 두 교회는 합쳐지게 돼서 아들 목사는 명성교회의 담임목사가 된 것이다.



부자세습에는 이유가 있다. 세습에 따라 부와 명예가 자연스레 따라오기 때문이다. 명성교회는 재적교인 10만 명에 출석교인 5만 명으로 연 예산만 해도 1000억 원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정도면 욕심이 날 만도 하다. 아버지 목사는 평생 일궈온 교회를 남에게 주느니 아들에게 넘겨주고 싶을 것이고, 아들 목사는 평생 열심히 해도 일구지 못할 초대형교회를 힘 안들이고 받을 수 있으니 그 유혹이 클 것이다.

보통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 교회 장로가 나서서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이번에도 예외 없이 명성교회의 한 장로가 방송에 나와서 한마디 하였다.

적법한 절차에 의해 교인투표까지 거쳐서 행한 일인데 그것이 어떻게 세습이냐는 것이다. 또 북한체제 세습에나 쓰는 '세습' 이라는 용어를 자기들에게 써서 불쾌하다는 것이었다.

국어사전에 보면 세습은 이렇게 나와있다.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음'

그리고 의아한 점이 있다. 교회에서 보통 담임목사를 세울 때는 장로들로 구성된 청빙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신앙심으로 다져진 그들이 이성과 상식을 저버리고 어떻게 그렇게 교묘한 편법까지 짜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분명 그들이 믿는 하나님은 그들에게 그런 편법의 지혜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즘은 교회 세습도 매우 교묘하게 행해진다. 직접 아들에게 승계하면 시끄러우니까, 절친한 두 목사가 아들 목사들을 서로 엇갈려 담임목사직을 물려준다. 지교회를 세워 아들을 일단 지교회 목사로 보낸 다음, 본 교회로 불러들이는 방식도 있고, 징검다리 세습이라 해서 담임목사직을 잠시 다른 목사에게 위임한 후 얼마 있다가 아들을 불러들여 세습하는 방식이 있다. 아들이 없는 목사는 사위에게 물려주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교회세습은 매우 잘못된 행위다. 교회는 예수의 머리이고, 성도는 지체이며, 그 안에 하나님이 거한다는 교회를 개인재산처럼 대물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예수의 가르침을 저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도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식이 정당하지 못하다. 사회에 모범이 돼야 할 교회가 그들 스스로 정한 교회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단지 목사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물림하는 것은 사회갈등을 심화시키는 행위다.

예수의 동생 야고보는 성경에 이런 말을 남겼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성직자 스스로 본인과 교회의 명예를 해친 것도 사망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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