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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OK 목장'과 한반도

서부영화는 총잡이들의 그저 그런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만들었다 하면 돈방석에 앉는다. 선과 악의 이분법이 기본구조여서 그렇지 않나 생각이 든다. 특히 역사적 실체를 바탕으로 했다면 흥행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OK 목장의 결투'가 그렇다. 시대적 배경은 남북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1880년대. 무대는 애리조나주 툼스톤(Tombstone)이다. 마을 이름이 묘지의 '비석'이 된 것만 봐도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주민이라고 해봤자 고작 100여 명. 한적한 시골이 은광이 발견되는 바람에 갑자기 붐타운이 됐다. 전국 각지에서 온갖 부류의 인간들이 몰려들어 무법천지가 따로 없었다.

영화는 '악의 무리' 카우보이와 '정의의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 삼 형제 간의 결투를 그렸다. 그러나 영화는 한낱 픽션일 뿐. 당시 상황을 정확히 짚어보자. 카우보이 쪽은 남군에 동정적인 민주당 성향이고 보안관 삼형제는 북군 출신의 공화당원들이다. 선과 악으로 편을 가를 수도 있겠지만 정치적 이념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을 것도 같다. 제작자는 그러나 돈을 벌어야겠기에 카우보이를 악의 집단으로 매도해 버린 것은 아닐까. 어프 형제는 영웅으로 과대 포장되고.



그런데 'OK 목장'의 진정한 영웅은 따로 있었다. '와일드 웨스트'의 난세에 짜잔~ 하고 나타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조지 굿펠로(1855~1910)다. 미국 최초의 '트라우마 서전(trauma surgeon)' 곧 중증외상 전문의다. 한국 아주대병원의 이국종 교수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굿펠로는 부상을 입은 '목장'의 총잡이들을 가리지 않고 치료해줬다. 하루가 멀다고 총싸움이 벌어진 툼스톤에서 그가 목숨을 부지하고 살 수 있었던 것도 의사의 본분에 충실했기 때문은 아닐지 싶다.

굿펠로는 어떻게 서부의 변방 툼스톤에 자리를 잡게 됐을까. 의대 전과정을 올 A로 끝낸 그는 본인 말처럼 역마살이 끼었던 모양이다. 흘러 흘러 툼스톤까지 오게 되고.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칼솜씨(수술)를 한껏 뽐냈다. 환자를 당구대 위에 올려놓고는 배를 갈라 총알을 빼냈다. 보조 의사, 간호사가 있을 리 만무. 동네 이발사와 미장원 아줌마가 곁에서 수발을 들었다. 이렇게 해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를 살려낸 게 78명, 실패한 경우는 단 두 건에 지나지 않았다. 툼스톤 체류 5년 동안, 그것도 최악의 환경에서 일궈낸 경악할 만한 성과 아닌가.

그의 병원은 연일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가난하건, 범죄를 저질렀건,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었건, 그에겐 오직 환자였던 것. 사회적 파장 따위는 마음에 담지도 않았다.

이 점에선 이국종 교수도 굿펠로와 거의 닮은꼴이다. 북한군 병사의 기생충 감염과 관련, '인권테러'를 가했다는 어느 의원의 비판에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목숨을 살리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자유를 위해 죽음의 달음박질을 한 북한군 병사. 그는 이국종 교수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됐다.

문득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남긴 말이 떠오른다. "자유야말로 인간의 가장 존엄한 가치다. 독재는 우파건, 좌파건 죄악일 뿐이다." 훗날 그는 분단 독일의 베를린 장벽 앞에 섰다. "당장 이 벽을 허물라."

어찌 보면 한반도 역시 'OK 목장'이나 다름없을 터. 선과 악이 혼재해있고, 독재와 자유의 정치적 이념으로 갈라져 있어서다. 주변에 영향을 주지 않고 '환부'만 싹 도려내는 외과적 수술은 없을까. 레이건 같은 '명의'가 나와야 사태가 해결될 텐데.


박용필 /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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